한 달 전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합의에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이 아니면 잘 언급되지도 않는다. 박 의원은 특별재판부 설치 특별법을 대표발의 했다.
국회는 다른 일로 바쁘다. 지난달 정기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 이달 임시국회는 ‘선거제 개편’, ‘유치원 3법’, ‘탄력근로제’, ‘채용 비리 국정조사’ 등에 우선순위를 뒀다. 특별재판부 설치는 결국 후순위로 밀렸다.
법관 탄핵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판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 발의되며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절차에 들어가게 되며,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찬성하면 파면된다.
탄핵소추안 자체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발의 시기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운 좋게 헌재까지 넘어간다고 해도 험난한 과정이 남았다. 헌재법상 법관의 파면을 주장할 탄핵소추위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여상규 위원장이 맡는다. 여 의원은 당적은 자유한국당이다. 여야 4당만으로 사법농단 연루 의혹 법관 파면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회가 공전하는 사이 사법농단 의혹의 ‘키맨’으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첫 재판이 지난 10일 시작됐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이후 검찰이 청구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법원이 기각했다. ‘방탄 법원’, ‘제 식구 감싸기’ 우려가 되풀이됐다. 이번 수사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겨냥한 검찰의 칼끝은 다시 방향을 잃었다.
법원 내에서 판사들은 서로를 비판하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후 극에 달했다. 대법원 규칙에 근거해 공식적인 기구로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일부에선 해체해야 한다는 격한 얘기도 나온다.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실 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사법 개혁의 동력이나 마찬가지다. 적폐를 도려내지 않고서 사법 개혁은 불가능하다. 이대로 가다간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적기를 놓칠 수 있다.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