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얘기다. 최근 대법원이 14년여 만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을 무죄방면 하라고 판결한 후 논란이 거세다.
아직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청년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글을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데 왜 양심적이라는 표현으로 미화하나, 국방의 의무를 양심적으로 수행한 젊은이들은 비양심적이란 말인가”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여성들은 어떨까. 입영을 앞둔 아들을 걱정하는 중년 여성부터 애인과 떨어져야 하는 젊은 여성들까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많다.
대법원 판결을 놓고 들끓는 여론에 한마디 더 보태지는 않겠다. 다만 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의 시기상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대법원은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이 정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해 결론을 냈다. 9명이 다수 의견으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4명이 유죄 의견을 냈다.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선고의 전제는 대체복무제이다.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처럼 종교적인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아도 처벌을 받지 않고, 제도가 없으니 대체복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커다란 법적 공백이 생긴 셈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다 2019년 12월 31일 대체복무제 도입 이전까지는 현행대로 처벌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당장 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하급심은 1000여 건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228건이다. 이 중 여호와의 증인과 관련한 병역법 위반 사건은 214건(93.8%)이다. 대법원의 판례 변경에 따라 모두 무죄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0년 대체복무제 시행을 목표로 연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준비 중이다. 육군 복무 기간의 2배인 3년간 교정시설 합숙 등이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으나 반인권적·징벌적이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병역과 관련한 사안은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병역거부자의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법과 원칙에 의해 어떻게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 우리나라 사법 경험도 부족하다.
종교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인 합의가 먼저 이뤄지고 난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게 온당했다.
군 당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설익은 제도가 나오기 마련이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성급한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