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그룹이 최근 4년간 직장 내 갑질과 성폭력 등을 저지른 영국법인 파트너 20명을 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4대 회계·컨설팅그룹에서 성범죄와 부적절한 행동으로 해고된 고위 임원 수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비드 스프로울 딜로이트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성희롱·추행 등 성폭력과 갑질로 해고된 파트너들이 꽤 있다”며 구체적으로 영국법인에서만 20명이 해고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스프로울 CEO는 “앞으로도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람은 누구든 해고할 것이며 절대 그를 감싸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는 1845년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다국적 컨설팅 그룹이다. 현재 본사는 뉴욕에 있지만 영국법인에만 1000명의 파트너(출자자 등기이사)가 있다. FT는 ‘미투’ 운동이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괴롭힘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대기업에서도 이러한 조치가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스프로울 CEO는 영국 파트너들이 강화된 규정에 따라 적절하게 처신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부하직원을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술집에서 만나지 말고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대방이 당신(파트너)에게 성적으로 끌린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일침했다.
딜로이트는 기존에도 ‘존중과 포용’을 구호로 모든 직원에 대해 교육을 실시해 왔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문제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스프로울 CEO는 직장 내 문화개선에 더해 직원에게 갑질을 하는 고객에 대해서도 ‘무관용 정책’을 펼 계획이다. 문제 고객을 제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회사들의 참여도 촉구했다. 그는 “여성 직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해결책”이라며 “문제를 일으킨 고객은 A 여성 직원이 사라지면 B, C, D 여성에게 같은 짓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PMG, EY, PwC 등 다른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 그룹은 아직 이 사안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KPMG는 FT에 최근 들어 성폭력·갑질 문제로 해고된 임원을 집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EY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