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18’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던 총수들이 포럼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 등 총수들이 포럼에 ‘깜짝 등장’한 배경에는 중국 지도부의 고위급 인사가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데 중요한 ‘꽌시(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회장은 20일 오전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가 열리는 서울 신라호텔에 등장했다. 최 회장은 당초 다른 일정으로 이번 보아오 포럼의 공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갑작스럽게 행사 장소에 나타난 것이다. 이날 최 회장은 비공개 일정으로 중국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인 왕융 국무위원,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 등과 함께 조찬 모임을 가졌다.
정의선 부회장도 이날 보아오포럼 서울회의에 깜짝 등장했다. 일정상 문제로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포럼의 오찬 직후 비공개로 진행된 중국측 고위 인사들과의 티타임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자리한 것이다. 30분간 진행된 티타임에는 왕 국무위원과 반기문 보아오포럼 이사장, 권오현 삼성 등이 참석했다. 티타임 이후 정 부회장은 “인사하고 간단하게 중국에서 잘 하겠다고 전했다”며 “다음에 또 인사드릴 것”이라고 답한 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최 회장과 정 부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짬을 내 포럼에서 만난 인물은 왕 국무위원이다. 중국 국무위원은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의 고위급 인사로, 왕 국무위원은 시진핑 2기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유임됐다.
이날 총수들의 행보에 대해서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을 위한 ‘꽌시 경영’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사업성패가 꽌시에 달렸다고 할 만큼 인적 네트워크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이 때문에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펼치고 있는 최 회장이 직접 왕 국무위원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은 중국에서 번 돈을 재투자해 내부자(Insider)로 시장에 접근, 중국을 내수시장으로 삼고 제2의 SK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정 부회장 역시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상황인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직접 왕 국무위원을 만난 것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중국을 방문해 후춘화 국무원 부총리, 천민얼 충칭시 서기 등 중국 주요 인사들을 만난 바 있다.
한편 보아오 아시아포럼 서울회의 2018은 ‘아시아의 다보스’라고 불리는 대표 포럼의 지역회의다. ‘개방과 혁신의 아시아’를 주제로 개최된 이번 서울회의에는 지역회의 사상 최대 규모인 80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