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국회일정 보이콧을 공식화한 한국당은 20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대여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국정조사를 피해서는 안 된다”며 “문재인정권,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일부 서울 중진 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저지하려는 저의는 머지않아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의총을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권력형 채용비리 국정조사 실시하라’, ‘가짜 일자리 예산 반대 일자리 탈취 국조 찬성’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고용세습 국조는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박탈한 노조의 갑질”이라며 “진상을 규명해 청년들에게 기회를 돌려주는 게 국회의 중차대한 책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입장을 공식화하지 않았던 바른미래당도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치열한 의견 교환 끝에 결론적으로 국조 관철 전까지 국회 일정에 전면적으로 협조할 수 없다는 보이콧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회일정 파행에 대한 책임이 여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뺀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개 정당이 모두 국조에 찬성하고 있다”면서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조를 거부하면서 국회를 파행하게 하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동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떠한 협조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한국당과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함에 따라 내년 정부예산안 심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다음달 2일까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예산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도 ‘올스톱’ 상태가 됐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법안소위에서 음주운전 처벌강화법(일명 ‘윤창호법’)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이 밖에도 교육위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던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을 비롯해 아동수당법 개정안(복지위), 세법(기획재정위원회) 등의 심사·논의도 모두 제동이 걸렸다.
한편, 민주당은 두 보수야당이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수용할 뜻이 없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보이콧에 대해 “명분도 없이 국회를 파행시키고 책임은 정부·여당에 돌리고 있다”며 “국회를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행태는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