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 바로 앞에 있는 상가인데도 절반이 비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들어와서 돈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누가 임차하려 하겠어요.” 세종시 나성동 A중개업소 대표는 수치로 나타나는 수준보다 체감하는 상가 공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종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9%로 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감정원은 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를 소규모 상가로 분류한다.
세종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5.2%였으나 올해 1분기 8.8%로 증가하더니 2분기 12.0%. 3분기 20.9%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전국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4.4%에서 올해 3분기 5.6%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의 경우 지난해 4분기 23.4%로 정점을 찍더니 올해 1분기 14.3%로 다소 개선된 뒤 3분기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규모에 비해 다소 덜하지만 전국 평균인 10.6%에 비해서는 3.8%p 높은 수준이다.
상가 공실 장기화가 유지되면서 버티던 임대료도 속수무책 내려가고 있다. 3분기 소규모 상가 임대료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3% 하락했다. 이는 경기 불황을 겪는 경남(-1.81%)에 비해서도 5배가량 큰 낙폭이다. 중대형 상가도 같은 기간 5.29% 하락률을 기록, 경남(-0.88%)의 6배 수준을 나타냈다. 현장은 거래가 대부분이 5~12개월 렌트프리(무상임대) 조건으로 이뤄진다고 전했다.
세종시 상가 공실 급증은 공급 과잉과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가격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의 1인당 상가면적은 8.07㎡로 위례(3.59㎡)나 미사(4.72㎡)보다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인구 상당수가 서울 등 수도권에 실거주하고 있어 실제 인구수에 비해서도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세종시 상가 임대료는 시장 상황에 맞지 않게 유지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시도별 상가 1층 3.3㎡당 평균 분양가는 세종이 3200만 원으로 서울(4355만 원) 다음으로 높았다. 애초 고분양가로 분양받았기 때문에 임대료도 그만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어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상가 임대료 책정 시 투입한 분양가에서 연 수익률 7% 정도를 목표로 잡는데 마이너스, 제로 수익률이 나오고 있다”며 “경기 상황도 점점 안 좋아져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신도시 상가 공실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을 인식, 상가 공급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또 과도한 임대료 수준도 낮추기 위해 택지 조성원가 및 경쟁입찰 방식 등 상업시설 공급가 산정 방식을 재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