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다국적 IT 기업이 해당 국가에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 버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줄이려고 다른 국가를 우회하는 관행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면서 디지털세를 가장 먼저 제안했다. 디지털세는 이익에 매기는 법인세와 달리 디지털 서비스 매출에 부과하는 것으로 EU는 3% 세율로 약 180개 기업에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북유럽 그룹이 반대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EU 차원에서 디지털세를 도입하려면 28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의결이 필요하다.
아일랜드 등은 다국적 IT 기업을 대거 유치했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미국의 보복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였다.
반면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는 EU 차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우선 부과를 2020년 말까지 늦추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제적 해법을 찾도록 압력을 가하자고 제안해 합의를 유도했다. 프랑스의 대안은 OECD의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2020년부터 2%의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는 영국의 계획을 차용한 것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FT에 “OECD가 국제적 해법을 찾을 수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며 “OECD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EU 차원에서 방안을 채택하고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IT 공룡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국가와 지역을 활용해 절세하면서 EU 회원국 내 유권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에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유권자들을 달래려는 방법으로 이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