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발전위는 2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제10차 회의를 열어 고려대 산학협력단의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연구 용역 결과를 보고받고 방향을 제시했다고 24일 밝혔다.
전관예우는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 결과에 있어 부당한 특혜를 받거나 절차상 혜택을 받는 현상으로, 대표적인 법조 윤리 문제로 인식된다. 전관예우는 주요 법조 비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원인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관예우뿐 만 아니라 유사한 형태인 ‘연고주의’도 포함시켜 시행됐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일반 국민 1014명, 법조인 1391명, 전문가 34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20쪽이 넘는 연구보고서를 작성해 사법발전위에 제출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관예우의 실체에 대해 일반 국민 41.9%, 법조인 55.1%가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법조인의 경우 응답자의 직업에 따른 편차가 컸는데, 판사의 경우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2%로 집계돼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전관예우의 실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언론을 매체를 통해 접한다'는 응답(41.2%)이 가장 많았다. 반면 법조인의 경우 '실제사건 처리과정에서 경험해 보았다'(51.6%), '주변 경험한 사실을 직접 들었다'(39.2%) 등의 순으로 응답해 직·간접 경험을 통해 전관예우 존재를 인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응답자들에 대한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일반 국민, 변호사와 판사, 검사가 각각 인식의 차이가 나타났다. 일반 국민은 64.0%, 법조인(변호사)들은 69.7%가 심각한 수준으로 봤다. 다만 판사, 검사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각각 34.9%, 44.4%로 가장 많았다.
전관 변호사 선임 의향은 일반 국민과 법조인 모두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유로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상당한 기대와 믿음'(35.9%), '최소한 더 나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33.0%)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은 실제로 전관 변호사나 연고 관계 있는 변호사의 선임을 권고 받으며 의뢰인과 변호사 간 로비 명목의 금품 수수 사례가 드러났다. 더불어 일반 국민들과 법조인들은 전관예우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영역으로 '검찰 수사 단계'(53.9%)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형사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거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28.4%가 연고가 있는 변호사나 전관 변호사 선임을 제안 받았고, 이 중 39.4%는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검찰, 경찰 조사 단계에 변호사나 변호사사무실 내근 사무원, 경찰 공무원이 권유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민사 사건도 재판 과정에서 35.6%가 제안받았고, 이 중 50%가 실제 선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평생 법관제도가 바람직하다고 꼽았다. 다만 장단점을 신중히 검토해 법원인사제도 개선에 관한 장기 전략에 반영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법조인 증가로 수임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변호사중개제도를 도입해 변호사 선임 관련 정보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소송 절차상 전관 변호사의 부당한 변론 활동을 억제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관 변호사의 부당 특혜 우려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있을 경우 재판부가 변론을 적절히 제안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면 전관예우 문제를 합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