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중국에 진출한 지 만 20년 만인 올 연말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농심의 성공적인 중국 시장 안착은 신춘호 농심 회장이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하나하나 관여하며 자신감 있게 밀어붙인 뚝심 덕분이다. 신 회장은 해외 시장 진출 시 현지인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한국의 맛은 물론이고 포장, 규격, 브랜드 등 모든 것을 국내 제품 그대로 이식하고 고급 제품의 이미지를 고수해야 한다는 전략을 폈다. 그 결과 중국을 비롯한 일본,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한 한국의 맛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농심 중국법인은 1999년 독자사업 첫해 매출 700만 달러로 시작한 이래 올 상반기 매출 약 1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2억8000만 달러의 최대 실적을 예상한다. 누적매출도 상반기를 기점으로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농심은 외국 기업이 쉽게 성공하기 힘든 중국 시장에서 2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면에서 돋보인다. 세계 최대 시장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농심의 성공 비결은 ‘차별화한 제품’과 ‘현지화한 마케팅’을 양대축으로 삼은 ‘투 트랙’ 전략이다. 신라면의 매운맛을 그대로 중국 시장에 내놓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광고나 마케팅은 철저하게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우선시한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농심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신라면배 바둑대회(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신라면배는 농심의 중국 사업 20년과 맥을 같이한다. 제20회 신라면배 바둑대회가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막을 올려 5개월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신라면배의 흥행은 초창기 중국 사업에 돌파구가 됐다.
조인현 농심 중국법인장은 “언론 보도와 입소문 등의 광고 효과는 특약점과 대형마트 입점 등 유통망 확대를 가져왔고, 이는 곧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며 “신라면배가 사업의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농심의 중국 첫 진출은 1996년 상하이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만의 한 회사와 합작 형태로 진출했으나 장기적이고 주도적인 중국 사업을 위해 1998년 지분을 인수하고 1999년부터 독자노선의 길을 걸었다. 동시에 칭다오 공장(1998년), 선양 공장(2000년) 등을 잇따라 가동했다.
농심은 중국에서 한국식 ‘끓여 먹는 라면 문화’도 고스란히 반영했다. 중국은 그릇에 면과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 먹는 포면(包面) 문화가 보편적인데, 농심은 한국의 라면 조리법으로 중국 라면업체들과 정면승부를 펼쳤다. 낯선 식문화에 초기엔 소비자들이 외면했지만, 농심은 ‘라면은 끓여 먹어야 맛있다’는 구호 아래 지역 곳곳에서 시식행사를 벌이며 저변 확대에 힘썼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 유명 라면업체들도 끓여 먹는 라면 신제품을 지속 출시할 만큼 한국식 라면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은 상하이, 칭다오 등 동부 해안 대도시에서 충칭, 시안 등 서부 내륙도시로 영업망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온라인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는 등 중국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