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가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제척을 둘러싼 공방 끝에 개회 한 시간 만에 정회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폐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재정정보원, 국제원산지정보원 등 5개 피감기관은 오전 일정이 끝날 때가 돼서야 업무보고를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회의가 열리자마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심 의원에 대한 제척을 촉구했다.
김경협 의원은 “2013년 국정원 댓글공작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이번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국정원과 직접 고소·고발관계였던 진선미 의원과 김현 의원이 고발인과 피고발인 관계로 (국정원을 감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해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서 국조특위 위원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두 의원은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례를 봤을 때 5선에 국회부의장 출신인 심 의원은 누구보다 국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며 “불법적으로 취득한 자료를 가지고 국감을 진행하겠다, 고소인 기관을 상대로 직접 추궁하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마치 청와대와 기재부의 대변인이 이 자리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고 받아쳤다. 김경협 의원 등이 “품위를 지키라”며 항의했으나 권 의원은 “품위를 지켜서 충분히 하고 있다”며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누가 옳고 그른지 판명된 바가 전혀 없음에도 계속해서 고발된 것만으로 제척하라는 건 국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감법에도 위원회 의결로 제척하고, 위원 본인이 용인하지 않으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과 권 의원 간 설전이 과열되자 다른 의원들도 공방에 합세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때 국정원과 민주당 간 고소·고발이 있었는데, 당시 새누리당 간사가 권성동 의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새누리당은 진 의원과 김 의원이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브리핑했고, 두 의원은 결국 사임됐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정성호 기재위원장도 “당시 여당(새누리당)이 제척을 주장했고, 우린 용인할 수 없어서 의결 여부를 놓고 공방하다가 여당에서 파행하자 해서 국조특위가 진행이 안 됐다”며 “(결국) 여당에서 특위를 운영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사퇴하도록 했다”고 거들었다. 다만 “권 의원의 지적처럼 당사자가 용인하지 않으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여야 간사가 좀 더 협의를 진행했으면 좋겠고, 이와 관련한 의사진행발언은 자제를 부탁하다”고 당부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여당은 이 문제의 본질을 호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심 의원은 정상적인 국감 활동의 일환으로 자료를 수집했고, 수집된 자료에 의하면 사실상 본질은 청와대와 정부의 도덕성 문제인데, (정부·여당은) 자료 취득의 적법성으로 문제의 본질을 옮겼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현 의원과 진선미 의원은 그 당시 국감 활동을 간 게 아니라 현행범으로 고발된 것”이라며 “국정원 여직원이 있는 곳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쳐들어가지 않았나. 이 사건과 국감 활동의 일환인 자료 수집 활동을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심재철 의원도 입을 열었다. 심 의원은 “강병원 민주당 의원이 국가기밀 불법탈취라고 했는데, 비밀 몇 급이냐. 비밀이 몇 급인지도 모르고 그런 말 말라”면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하는데 해킹 등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취득한 것이고, 전자정부법 위반이라고 하는데 비밀도 아니었고 유출도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로부터 “창피한 줄 알라”는 등의 항의가 쏟아졌지만 심 의원은 “내 얘기를 들어보라”며 발언을 이어갔다. 심 의원과 김경협 의원 간 고성이 오가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정회를 요청했고, 정성호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와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잠시만 정회하도록 하겠다”며 감사를 중단했다.
결국 5개 피감기관은 회의가 시작되고 약 1시간 10분이 지난 오전 11시 20분이 돼서야 업무보고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