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기조로 흥행이 예상됐던 국내 건설업계의 중동발(發) 수주가 나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중동 수주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0% 감소한 75억6031만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중동 이외 지역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아시아(119억3300만 달러)는 15.2%, 태평양·북미(10억3329만 달러)는 88.2%, 유럽(3억9619만 달러)은 33.2% 증가했다. 중남미(6억7186만 달러)와 아프리카(7억419만 달러)는 각각 182%, 139%로 폭증했다.
이처럼 중동은 저조하고 이외 지역이 비교적 선방함에 따라 올해 전체 실적은 222억9886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대동소이한 수준으로 이런 흐름대로면 적어도 넘길 것으로 전망했던 올해 실적 300억 달러 선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중동 수주는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가 70~80달러 수준으로 회복되며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오일머니 기반의 중동 국가가 건설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수주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였다.
다만 올해 9월까지 중동 발주량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전과 달리 현재의 고유가 기조는 지정학적인 원인이 더 크기 때문에 발주 증가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사우디가 ‘탈석유 경제’를 추진하는 등 플랜트 부문보다 인프라 등에 투자를 늘리는 추세여서 발주에도 영향이 갔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업체들의 역량도 문제로 지목됐다. 세계적으로 발주 형태가 단순도급에서 민관협력 투자개발형(PPP)으로 바뀌는 추세임에도 국내 건설업계가 금융 리스크를 떠안는 PPP에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취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플랜트 부문이 적자를 면치 못해 수주에 나설 여유가 없던 측면도 크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무제가 해외 근로자에게도 적용되면서 인건비와 공사 기간이 늘어날 공산이 커져 수주 경쟁력에도 생채기가 난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혼자보단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수주 경쟁력 있는 유럽, 미국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동 시장을 공략하라는 주문이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컨소시엄을 통해 입찰 그룹 수가 감소하면 건설사 간 경쟁이 완화되면서 저가 수주 입찰 리스크가 낮아진다”며 “국내 기업보다 수주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미국의 엔지니어링 강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면 더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