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주식, 채권 값이 동반 폭락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의 말 한마디가 충격을 줬다. 미 금리인상 속도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 금리인상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작용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부동산발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나선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융불균형을 강조한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35.08포인트(1.52%) 급락한 2274.49에 거래를 마쳤다. 이 또한 8월22일(2273.33) 이후 한달10일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도 5.99%(0.75%) 내린 789.00을 보였다. 역시 8월22일(785.95) 이후 한달보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5288억5300만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9600억29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채권시장에서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급등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1bp(1bp=0.01%포인트) 오른 2.066%로 8월8일(2.070%) 이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7.4bp 상승한 2.445%로 8월16일(2.475%) 이후 각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3일(현지시각) 파월 연준 의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아틀랜틱 페스티벌에서 “연준 금리는 중립 수준과는 먼 거리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연준 점도표상 예고된 내년 기준금리 3.25%까지는 금리인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연준은 지난달 1.75%에서 2.00%이던 기준금리를 2.00%에서 2.25%로 25bp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1863%를 기록하며 2011년 7월4일(3.1893%) 이후 7년3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아시아장에서도 추가로 올라 3.2%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안감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단기적으로는 이번주말 나오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지표 발표까지, 장기적으로는 11월초로 예정된 미 중간선거까지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중립금리 언급과 함께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공급측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자금유출 우려감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그는 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그간 2.8%에서 3.1% 박스권을 유지했었다. 추가로 오른다면 금융시장은 유동성 측면에서의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 본부장도 “아시아시장에서 미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서 아시장시장 전반적으로 두려움이 확산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단기적으로는 과매도 국면이라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주말 나올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이거나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예상외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감세정책 등이 계속되면서 미 금리가 4~5%까지 갈 수 있다는 공포심이 확산할 수도 있다”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환율은 취약할 수 있겠지만 채권은 상대적으로 견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