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분양가를 대폭 낮추면 주변 집값은 잡힐까. 수요보다 공급량이 훨씬 많으면 하락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강남권에 반값 아파트를 대량 쏟아냈을 때 그런 결과가 벌어졌다. 당시 세곡동을 비롯한 강남권에 건설된 보금자리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900만 원대였고 주변 시세는 2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공급이 적으면 낮은 분양가는 오히려 주변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청약 경쟁이 구매 욕구를 키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요가 증가하면 집값은 상승하게 된다는 소리다. 이달부터 분양되는 위례 신도시 아파트가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분양가는 시세의 70% 수준인 3.3㎡당 2500만 원 대가 될 것으로 알려진다. 당첨되면 3억~4억 원 정도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완전 로또 분양이다. 정부가 청약 제도를 강화했으나 분양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강남권에 이런 싼 중대형 민간 아파트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청약자가 넘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 위례 포레 자이에 이어 힐스테이트· 리슈빌· 증흥 S 클래스 브랜드가 순차적으로 연내 분양된다. 내년에는 우미 린·호반 베르디움 등이 대기하고 있다. 이들 분양분의 물량은 6000여 가구다. 적은 물량은 아니지만 관련 지역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볼 때 청약 경쟁률은 매우 높지 않을 게 분명하다. 더욱이 각종 매스컴은 로또 분양 현장을 생중계할 게고 이로 인해 별 관심이 없었던 잠재 수요까지 불러낼 공산이 크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을 벌게 된다는 데 그렇지 않겠는가. 이런 분위기는 위례 신도시 위상과 기존 주택시장의 관심을 높이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싶다.
위례 분양 열기가 뜨거워지면 위례 신도시는 물론 마천·거여 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그만큼 투자 수요도 증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위례 신도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인근 위성도시보다 낮은 점도 그럴 개연성을 갖게 한다. 위례 아파트 시세는 3.3㎡당 3500만~3600만 원 수준으로 과천이나 판교보다 700만~800만 원 정도 싼 편이다.
부동산업계는 지하철이 없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고 있으나 위례~신사선이 확정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진단한다. 위례 로또 분양은 조용하던 기존 주택시장을 꿈틀대게 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말이다. 지난 5월 하남 미사지구 동양 파라곤 분양 결과도 그랬다. 당첨 후 3억~5억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자 경쟁률이 100 대 1을 웃돌았다. 이런 청약 열기는 하남은 물론 서울 강동권 주택시장까지 파급됐다. 잠재 수요자들까지 분양시장으로 끌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개포동의 디에이치 자이 파급력은 더 강했다. 중도금 대출이 안 돼 돈이 없으면 계약이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2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당첨되면 4억~5억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일단 청약하고 보자는 식의 수요가 많아서 그렇다. 분양 열기가 뜨거워지면 재테크 수요가 늘어나 주변지역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번 달 아파트 분양 장은 위례 신도시에서 3년 만에 재개되는 것으로 공급 지역은 북 위례다. 북 위례에는 민간 아파트와 공공 분양·임대·군인 아파트 등 총 1만2000여 가구가 들어선다. 이보다 일찍 마무리한 남 위례는 이미 3만 가구가 들어서 신도시 모습을 갖췄다.그래서 북 위례 분양 장은 9.13대책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기존 주택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