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디테일의 묘(妙)’ 살려야”

입력 2018-09-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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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지난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은 38년 된 제도를 경제사회의 변화에 맞춰가는 노력으로 이해한다”며 “과도한 형사처벌 조항 정비, 사건처리 절차에 있어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 강화,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 등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들도 경제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경쟁법 분야에서 공정사회 구축을 위한 국민적 열망이 높다는 점을 인식해 법보다 더 높은 규범과 책임을 스스로 부여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상의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 내용 중 일부는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늘릴 수 있다”며 △전속고발제 개편 △정보교환 행위 담합추정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 △형사처벌 조항 정비 등 5개 분야에 대한 개선을 건의했다.

먼저 대한상의는 ‘경성담합 사건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취지는 공감하나, 도입 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속고발제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안이 담겼다. 누구나 고발권을 가짐으로써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감시를 늘리는 장점이 있다. 다만 허위 고발이나 허위 자진신고가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공정위와 검찰이 기업을 이중조사하거나, 양 기관간 판단에 차이가 생겨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OECD 주요국은 기업의 불공정경쟁 행위에 대해 사법부에 앞서, 경쟁당국이 1차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고발남용에 대한 방지책 △중복조사금지 △기관간 판단차이 발생 시 조정방법 △검찰의 수사범위 등을 제도상 명문화해줄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정보교환 = 담합’으로 추정하는 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는 정보교환을 통해 암묵적으로 이뤄지는 담합행위의 선제적 근절을 도모할 수는 있지만, 담합 성립요건을 지나치게 확대해 기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담합은 △둘 이상의 사업자가 △합의를 하고 △합의내용에 경쟁제한성이 있어야 성립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교환행위 자체만으로 담합이 추정된다. 이 경우 기업은 담합에 대한 반증 책임과 조사 부담을 지게 된다.

대한상의는 “주요국도 정보교환행위를 규율하고 있지만, 경쟁제한 효과의 엄격한 분석에 근거해 제재하고 있다”며 “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유예하고 허용되는 정보교환행위 등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정보교환행위의 경우 형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장했다.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규제’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나왔다. 일부 공익법인이 지주회사 또는 핵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거나 내부거래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 주식은 고유재산인 만큼 의결권 제한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 이미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의 주식 출연과 취득에는 일정 부분 제한이 있다. 또 공익법인 설립과 운영에 있어 주무관청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등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대한상의는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해 공익법인 규율이 필요하더라도 공익활동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 도입보다는 공시의무와 사회공헌의무의 강화 등 기존의 제도를 통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총수일가 지분 20%이상인 회사 및 그 회사가 50% 초과 보유한 회사도 규제)에 대해서는 규제 사각지대의 내부거래 규율이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나, 지주회사 제도와는 상충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주회사는 본질적으로 다른 회사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자회사 보유 지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지주회사의 경우 평균 자회사 지분율이 74.3%(상장 40.4%, 비상장 84.2%)에 달해 50% 초과라는 자회사 내부거래 규제기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도도입 및 지분율 상향을 유도해온 것이라며, 이에 따라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회사가 오히려 간접지분 규제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지주회사는 내부거래 간접지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며, 지주회사의 자회사를 통한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는 경우에는 회사법상 ‘주주대표소송’, ‘이사의 사업기회 유용 금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금지’ 등 현재의 제도를 통한 규율 강화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이밖에도 대한상의 건의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부분의 위반행위에 형벌이 규정돼 있는 것을 일부 삭제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개정방향이다”면서도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형벌조항이 남아 있어 좀 더 과감하게 삭제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 경쟁법상 최다 형벌조항을 보유하고 있다. OECD 34개국 중 경쟁법에 형벌조항을 둔 나라는 14개에 불과하다. 그 중 영국·캐나다 등은 담합에 대해서만 미국·일본 등은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등에 대해서만 형벌조항을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공정거래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법위반행위에 대해 형벌조항이 규정돼 있다.

나머지 20개 국가 중에서 14개 국가는 경쟁법이 아닌 다른 법에도 형벌이 존재하지 않고, 6개국은 입찰 담합에 대해서만 형법에 형벌조항을 두고 있다.

이처럼 경쟁법 위반에 대해 형사제재하는 나라가 많지 않고 제재하더라도 제재분야가 많지 않은 것은 집단소송제·사인의 금지청구 등 민사적 구제수단이 발달돼 있거나, 경쟁법이 일반적인 형사법과 달리 사전에 명확한 위법성 판단이 어려운 특성 때문이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형벌조항 폐지와 함께 민사적 구제수단과 행정제재를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건의서는 “개정안의 내용처럼 기업결합행위, 일부 불공정거래행위, 일부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형벌조항 폐지는 물론, 기타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형벌조항을 대폭 폐지함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는 집행체계를 갖춰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특위 논의과정에서 소수의견으로 제시됐던 공정거래법상 양벌조항(위반행위자와 함께 법인도 형사처벌)도 기업에 부담이 되고 이중제재 소지가 있는 만큼 정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소가 없으면 외양간은 깨끗할지 모르나 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어진다”며 “공정거래법도 과잉집행과 과소집행 사이에서 적정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인 만큼, 기업이 법위반 의도 없이 제재대상이 되지 않도록 향후 입법 절차에서 불확실한 부분이 명확하게 보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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