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민국이 병들고 있다. 자살률은 정점을 찍었던 2011년 이후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34.1명이 삶을 포기하고 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7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2463명으로 전년에 비해 629명(-4.8%)이 감소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는 24.3명으로 1.3명(5.0%) 줄었다. 하지만 10~30대에선 여전히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었다. 전체 사망 원인에서도 자살은 전년에 이어 5위를 유지했다.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위험 수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두 번째로 높고, 평균치의 두 배에 가까웠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가 두드러졌다. 20대는 사망 원인의 44.8%가 자살이었고, 30대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24.5명으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전반적인 자살률 감소세에도 20~30대 자살률은 여전히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34.9명)이 여성(13.8명)보다 2.5배 높았다. 남녀 간 자살률 성비는 10대에서 1.7배로 가장 낮았으며, 80세 이상에서 3.6배로 가장 높았다.
남성의 경우 자살 시도자 비중에 비해 사망자 수 비중이 크다. 시도가 실제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수행한 42개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 1만2264명 중 56.5%가 여성이었다. 71.6%가 남성인 사망자 통계와는 대비되는 결과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여성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3분의 2 정도가 생존하지만, 남성은 생존 확률이 절반에 불과하다”며 “자살을 시도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나마 고령층의 자살 사망률이 감소하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60대의 자살 사망률은 전년 대비 12.8%(4.4명) 줄었다. 자살 사망률이 가장 높은 80세 이상은 10.4%(8.1명)나 감소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60대에 대해서는 농약의 판매와 보관을 금지하는 등 자살 수단을 분석해 사전에 예방하는 정책들을 펴고 있다”며 “최근에는 기초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자살률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