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7일(현지시간) 한국의 몰래카메라 범죄 실태와 대책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열린 ‘몰래카메라 편파수사 규탄 시위’ 현장 사진을 내보내며 시위 분위기도 소개했다.
CNN은 한국의 불법 촬영 사건 수가 2011년 1300여 건에서 지난해 6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촬영 대상이 된 여성들은 집 안이나 거리, 화장실 등 장소에 상관없이 피해를 보았다. 불법 촬영 피해 여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있을 때 사진이 찍혀 여기 있는 것조차 두렵다”면서 “집에 있는 것도 무섭지만 밝은 대낮에도 밖에 나가는 것이 무섭다”라고 말했다.
불법 촬영 피해 사례가 늘자 인터넷상에서 영상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의사’도 생겼다. 서울시 강남구의 이 모 씨는 몰래카메라 영상물과 리벤지 포르노 등 신고가 접수되면 온라인에서 영상 복사본을 찾는다. 그다음에는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영상 삭제를 요청하거나 법적 고지서를 보낸다.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요청에 따라 영상이나 사진을 삭제하지만, 영상이 외국 사이트로 퍼지는 것을 막기는 쉽지가 않다. 이 씨는 “영상이 올라온 후 열흘간이 ‘골든 윈도(golden window· 황금 창문)’”라며 “그 이후에는 영상이 퍼지는 것을 막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 사실을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기 때문에 골든 윈도를 지키기 힘들다. 이 씨는 “피해자들이 누군가 알아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람을 만나길 두려워한다”면서 “피해자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반드시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불법 촬영 영상 삭제를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여성가족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올해 4월부터 피해자 상담과 영상 삭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개소 100일 만에 8000건에 달하는 사건을 처리했고, 5900건이 넘는 영상과 사진을 삭제했다. 정부는 공공화장실 순찰을 늘리고 몰래카메라를 탐지하기 위해 450만 달러(약 5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 피해 여성은 “가해자가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며 “만약 법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용의자가 자진 출두해 카메라와 메모리카드를 모두 제출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기 때문에 체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CNN은 불법 촬영 수사에 대한 피해자의 의구심이 데이터로 증명된다며 불법 촬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5%만이 징역형을 받고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4일 광화문에서 열린 시위 사진과 함께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변해야 한다”라는 한 여성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