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검찰은 이날 알렉산더 페트로프와 루슬란 보쉬로프를 살인 공모와 살인미수, 화학무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 정보당국 소속 장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이란 3월 4일 전직 러시아·영국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딸 율리아가 영국 남부 솔즈베리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노비촉에 중독된 일을 말한다. 이들은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스크리팔 부녀는 현재 영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닐 바수 런던 경찰청 대테러대책본부장은 “두 용의자는 모두 40대로 가명을 사용해 이동했다”며 “솔즈베리에서 스크리팔의 현관문에 노비촉을 묻힌 후 그날 저녁 러시아 모스크바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 사건은 두 사람의 독자적인 행동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정부의 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 승인한 일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헌법은 자국민의 범죄자 인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에 범죄자 인도를 신청하지 않는 대신 유럽연합(EU)에 발을 들여놓으면 체포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영국이 여론몰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수석대변인은 “영국이 러시아와 독살사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에 자체 수사진을 보내겠다는 러시아의 제안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영국이 정보 조작과 공개적인 비난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협조에 응하길 바란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이런 심각한 범죄에는 정밀한 분석과 밀접한 협력 등 더욱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스크리팔 독살시도 사건은 러시아를 둘러싼 외교 문제로 번졌다.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 12개 국가는 사건 발생 후 러시아의 외교관을 추방했고 러시아도 이들 국가의 외교관을 모두 내보내며 맞대응했다. 7월에는 영국 에임즈버리에서 40대 남녀가 노비촉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갈등이 재점화됐다. 이에 더해 미국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