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이냐 위기냐, 기로에 선 연남동 상권
5일 찾아간 마포구 연남동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의 입구에는 약속이나 한듯 똑같은 게시물들이 일제히 붙어있었다. 권리금이 없는 상가의 속출은 확장과 조정 국면의 기로에 서 있는 홍대 상권의 현 상황을 상징하고 있었다.
마포구 연남동은 지난 2015년 폐철길을 활용해 공원으로 새로 단장한 경의선숲길이 ‘연트럴파크’라는 이명을 얻을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젊은이들의 명소로 거듭났다. 현재 다가구주택의 일부를 개조해 식당이나 카페 등으로 개업하는 대수선상가가 연남동 주택가 깊숙한 지역 곳곳에 자리잡으며 다른 지역과 비교해 특색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인기를 끈지 3년 여를 넘어간 연남동 상권은 현재 위기와 확장 사이의 기로에 서 있다. 이 지역 상권을 두고 공인중개사들간의 평도 엇갈리고 있었다. 연남동 입구의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무권리 상가가 많은 것은 당연히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포기하기 때문”이라며 “사실 이 근방에선 웬만큼 대단한 입지가 아니고서야 바닥 권리금이라는게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연남동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는 “우리 사무소에서 중개하는 무권리 상가의 대부분은 신축 건물이기 때문에 권리금을 요구할 임차인 자체가 원래 없었던 것”이라며 “오히려 신축 대수선 상가가 늘어나며 연남동 상권이 확장된다는 의미로 봐야한다”고 말하는 중개사도 있었다.
실제로 연남동 구석구석에 주택을 개조한 소형 대수선상가들 중 임대로 나온 상가는 흔하게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상가로 개조하는 주택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 국면으로 보는 중개사들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하기도 했다.
다만 상권의 외연은 확장될 수 있어도 임대료가 상승하는 등의 질적 성장은 현재로선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연남동 B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이곳 33㎡ 규모 소형 상가는 월 임대료가 200~250만원 정도인데 경의선숲길 개통 이후로는 변화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연남동 맞은편인 동교동에서 지난달 개장한 애경그룹의 초대형 복합몰 ‘AK&’은 연남동 상권과 시너지를 일으킬지, 혹은 상권 중심축을 AK& 방면으로 이동시킬지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연남동 인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어있던 ‘무권리 상가’라는 단어를 AK& 인근 동교동 사무소들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동교동의 C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AK&과 바짝 붙은 동교동의 소형 상가들은 3.3㎡당 22만~23만원으로 연남동과 별 차이 없는 수준이고, 이쪽에선 무권리 상가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이미 연남동과 거의 엇비슷한 수준의 상권인 동교동 방면이 어쩌면 연남동 상권 수요를 일부 가져올 수 있다고 보는 건물주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