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문제는 창업자의 ‘오만과 편견’

입력 2018-09-0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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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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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든 기업이든 혁신이 부담스러운 것은 많은 혁신이 실패로 끝나기 때문이다. 흔히 10에 8의 혁신프로젝트는 그리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사그라진다고 생각하면 거의 빗나가지 않는다. 벤처는 더욱 그러하다. 벤처 모델들이 3년을 견디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 상황에서 벤처는 1~2%의 성공률을 보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혹자들은 말하지만 들어가는 노력과 자본, 기회비용을 생각해도 3년을 견디지 못할 벤처를 시작하는 것은 말려야 할 일이다. 중요한 논점은 왜 벤처가 3년을 견디지 못하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포브스(Forbes)나 시비 인사이트(CB Insight), 앙트레프레뉴어 (Entrepreneur) 등의 경제 잡지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순위 차이는 좀 있으나 공통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델’ ‘있지도 않은 니즈를 만족시키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공통점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시장과 소통하지 못한 탓이다.

여기서 크게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은 벤처 실패의 원인이 바로 창업자의 오만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벤처의 길을 선택하는 창업자가 본인의 모델에 자신과 확신이 없으면 진행할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많이 아는데’, ‘이렇게 훌륭한 팀이 있는데’, ‘우리 기술이 훨씬 좋은데’, ‘제일 훌륭한 솔루션인데’ 하는 자신감으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가 제시하는 벤처 모델이 진정 마켓이 원하는 것인가는 창업자가 아니라 마켓이 결정한다.

그런데 마켓을 보지 않고, 마켓에 귀 기울이지 않고, 마켓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소통하지 않고 본인의 능력만 믿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마켓에 대한 제한적 이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오만은 벤처가 제시하는 솔루션의 적합성(product-market fit) 평가를 어둡게 하고, 모델이 필요한 피봇도, 유저 중심적으로 더 정교하게 다듬는 노력도 저하시킨다.

사실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벤처는 많다. 그러나 창업자가 전체적으로 마켓의 에코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협력을 구하고 협조를 얻어야만 성공을 일궈 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모델에 대한 맹신과 능력에 대한 오만은 이런 과정을 어렵게 만든다. ‘재무관리를 잘못해서’ , ‘자본이 떨어져서’도 벤처 실패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가 흔히 벤처 실패의 원인이라 생각하는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나 ‘적절한 투자를 받지 못해서’는 주요 요인이 아니다. 투자가 많아도 재무관리를 못하면 실패한다. 투자를 받지 못해도 잘 관리하면 자본 고갈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자본이 너무 빨리 떨어져 실패하는 이유도 창업자의 오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의 모델과 능력만 있으면 단시간에 성과가 있으리라는 자신감은 재무 관리를 소홀하게 만들고, 적지 않은 자본도 곧 잃게 한다. 초기에 쉽게 엔젤 투자를 받거나 관심을 받은 벤처들이 겪는 일이다. 초기의 관심과 성공이 창업자를 오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본인의 모델이 좋으니 마케팅만 잘하면 성공한다는 생각에 자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델의 마케팅에 너무 많은 비용을 집중해 망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의 성공은 창업자가 느끼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마켓을 존중하는 겸손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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