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이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 제도개편에 따라 설비투자분에 대한 신규지원이 중단되면서 관련 대출규모가 급감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새로 마련한 관련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피해 지역과 올 3월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과 올 4월 성동조선해양 및 STX조선해양 구조조정에 따른 전북 및 경남지역 중기 지원을 위한 본점 한도유보분 사용도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현재 25조원) 대비 실적비율도 59.8%로 떨어졌다. 이 또한 2013년 4월(59.6%) 이후 5년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중대란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동 대출 취급실적에 비례해 한은이 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다. 현재 대출금리는 프로그램별로 0.5%에서 0.75%를 적용하고 있다.
프로그램별로는 중소기업대출안정화지원대출이 6206억원 줄어든 5조23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3월(5조1060억원) 이후 최저치다. 또 프로그램 신설후 3개월째 최대 감소폭을 경신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무역금융과 설비투자 프로그램을 통합하면서 신설된 것으로 무역금융 한도 3조원을 제외한 설비투자분 8조원을 사실상 종료했었다. 이에 따라 관련 프로그램 실적 규모는 최대 3조원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영세자영업자지원대출도 8억원 감소한 263억원을 기록했다. 무역금융지원과 지방중소기업지원대출은 각각 전월과 같은 1조5000억원과 5조9000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신성장·일자리지원대출은 148억원 늘어난 2조28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제도개편 직후인 지난해 10월 2조2895억원 이후 10개월만에 최고치다. 또 2월 2조1481억원을 저점으로 6개월연속 증가세다. 다만 6월 465억원 증가 이래 7월 337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증가세가 감소한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8월10일 금중대 프로그램의 명칭과 한도를 재정비하고 그해 9월부터 적용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창업지원은 신성장·일자리지원으로, 설비투자지원은 중소기업대출안정화지원으로 각각 변경했다. 특히 중기대출안정화지원은 기존 무역금융지원 프로그램 중 한시증액한도 3조원과 설비투자지원 한도 8조원(한시증액한도 1조원 포함)을 각각 전용했고, 설비투자지원 중 중견·중소기업지원은 종료키로 했었다.
이에 따라 신성장·일자리지원으로 6조원, 무역금융지원으로 1조5000억원, 영세자영업자지원으로 5000억원, 중소기업대출안정화지원으로 11조원, 지방중소기업지원으로 5조9000억원, 한도유보분으로 1000억원씩 각각 재배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설비투자 만기도래분에 따라 스케줄대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신성장 일자리는 증가폭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늘어나는 추세다.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면서도 “(제도개편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분 만큼은 금중대 잔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성동조선해양 구조조정 등 사태에 대한 본점 한도유보분 사용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들 지원분은 올해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앞서 포항지진 관련 한도유보분 지원분도 올 3월말 지원만료까지 전혀 사용된 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