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외하면…코스피 2700 육박
외국인은 9월부터 1.8조 순매수한 셈
삼성 주가 반등 때 코스피 상승 여지 커
수능 한파가 주식시장에 찾아온 듯하다. ‘불수능’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2500선이 붕괴되며 종가 기준 연중 최저치를 터치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증시하락의 표면적인 이유로 분석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착시효과도 걷어내고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증시의 삼성전자 쏠림 현상인 이른바 ‘삼스피’(삼성전자+코스피)가 증시하락의 독이 됐다고 꼬집는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15%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말 21.96%에서 2분기 말 21.3%로 내려온 뒤 3분기 말에는 17.53%로 20%를 밑돌았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35% 하락하며 시총 비중도 줄어들었다. 코스피 연고점인 7월 11일 대비 코스피 시총은 약 17% 감소했는데,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42% 급감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 시총 감소 규모는 9% 수준이다.
11월 들어 코스피는 5% 하락했지만 코스피 시총의 15%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13% 하락했다. 지수 하락의 3분의 1 정도는 삼성전자 한 종목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신영증권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코스피는 2650선 정도로 현 지수대와의 괴리율은 약 9% 정도라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는 약 2710이라고 계산했다.
외국인 순매도 흐름도 삼성전자 쏠림 현상을 방증한다. 외국인은 9월부터 코스피 시장에서 14조4000억 원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15조4800억 원이다. 삼성전자 제외시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800억 원 순매수한 셈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는 한국시장을 팔았다기보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 매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가 지수에 착시를 주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지수가 그렇게까지 많이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은택·이다은 KB증권 연구원은 “경기확장+금리인하 시기에 코스피가 -15% 이상 조정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번이 과거와 무엇이 달랐는지 살펴보면 가장 큰 차이는 삼성전자다”라고 지적했다.
향후 증시 회복의 열쇠도 삼성전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트레이드로 수출기업들의 불리함이 부각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급반등할 때 코스피 상승 잠재력도 그 어떤 시장보다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연중 신고가를 기록한 7월 11일(8만8800원)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점 2896을 터치했다.
김영건·김제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의 매출화 시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우며 이에 대한 예측 실패를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주가가 월초 대비 14% 이상 하락(13일 기준)한 것은 신규 진입자에 대한 우려와 수요 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과격하게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두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 여력이 66%라고 추산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많은 우려 속에서 급락한 주가인 만큼 (삼성전자 주가) 우려가 해소되어 가는 과정만으로도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