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르헨티나와 터키 통화 가치가 고꾸라지는 등 신흥국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원화 환율까지 급등락하고 있어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일 대기업 한 관계자는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선 앞을 잘 내다보는 게 중요한데, 요즘은 그야말로 안갯속”이라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투자 등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요즘 재계는 설상가상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국내에선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 등으로 신음하고 있고 밖으로는 강대국 무역 전쟁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다. 게다가 최근 신흥국 위기는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려는 대기업 정책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42페소를 찍었다가 전날보다 13.12% 치솟은 달러당 39.25페소로 마감했다. 아르헨티나는 성장률 둔화, 물가상승률 급등 등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한 가운데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정부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반 토막 나 달러 대비 51% 하락했다. 이런 가치 하락 폭은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24개 신흥국 통화 중에서 가장 크다. 그다음으로는 터키 리라화(44%), 브라질 헤알화(20%),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16%), 러시아 루블화(15%) 순서로 낙폭이 크다.
올해 들어 40% 넘는 통화가치 하락을 겪은 터키는 1일(현지시간) 에너지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산업용 전기 가격은 14%, 가정용 전기 요금은 9% 올랐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해 앞으로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것으로 터키 언론은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2일 ‘취약신흥국의 최근 거시경제 상황’ 자료를 통해 이들 국가에 대해 향후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과 글로벌 무역갈등의 심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할 때 터키, 아르헨티나, 남아공, 브라질 등의 취약성이 특히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원 달러 환율 변동성도 문제다. 지난 6월 7일 1069원에 불과하던 원 달러 환율은 최근 111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3달 사이 40원 가까이 올랐다. 환율상승이 지속된다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널뛰기 식의 변동 폭 확대는 기업의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에 방해가 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는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며 “국내에서는 기업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기(氣)를 살려주고 규제를 완화시켜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