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1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25bp(1bp=0.01%포인트) 인상 이후 9개월째 직진이다. 금통위는 지난달 9개월만에 인상 소수의견을 내놓으며 깜빡이(인상 신호)를 켠 바 있다. 최근 한은 안팎에서는 깜빡이를 켜면 곧바로 결행(인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간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최근엔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일부 취약 신흥국 불안도 확산할 조짐이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말이 아니다. 기업과 개인을 포괄하는 경제심리지수(ESI)의 8월 순환변동치는 94.9를 기록해 한은 금리인상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던 2016년 12월(94.9) 이후 가장 부진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 이후 지표나 경제 분위기가 이주열 총재가 말한 금리인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이슈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미국 연준(Fed)이 9월과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은 100bp까지 확대된다.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미 연준과의 정책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잠재적 불안 요인을 사전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이는 부동산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15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와 맞물릴 경우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어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인상 추이와 국내 부동산발 금융안정을 고려할 경우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물가 상승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여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10월경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