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심리(BSI)와 경제심리(ESI 순환변동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6년말 2017년초 이후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지게 됐다.
다만 미중간 무역분쟁과 최저임금 인상 등 외부요인에 크게 위축돼 왔던 것과는 달리 업황 자체요인에 업종별 차별화를 보였다는 점은 달라진 부문이다. 또 일부 개선조짐도 확인되면서 심리개선의 변곡점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반면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장기평균치 80을 암묵적 기준치로 삼고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1포인트 하락한 73으로 2016년 12월(72) 이후 1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방산업 수요부진과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수입 규제조치로 1차금속이 5포인트 떨어진 64를, 스마트폰 부진에 전자영상통신장비가 4포인트 내린 81을 보였다.
비제조업도 2포인트 내린 74에 그쳤다. 역시 지난해 2월(7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투자 감소로 설계 및 감리업이 포함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이 7포인트 하락한 67을, 소비심리 부진과 경쟁 심화 등으로 도소매업이 4포인트 내린 70을 보였다. 반면 휴가철 여행수요 증가로 운수창고업은 6포인트 상승한 81로 올라섰다.
중소기업은 6포인트 떨어진 66으로 올 1월 8포인트 하락 후 가장 크게 위축됐다. 중기는 전달에도 5포인트 위축된 바 있다. 반면 대기업은 80으로 3포인트 반등했다. 수출기업은 1포인트 내린 80을, 내수기업은 2포인트 하락한 69를 보였다.
향후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9월 업황전망BSI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산업은 전달대비 4포인트 상승한 77을 보였다. 제조업도 4포인트 오른 77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중국기업이 정비에 들어가면서 설비가동률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일부 제품에서 원재료와 판매가격 격차(스프레드)가 상승하면서 화학제품이 10포인트 오른 97을 보였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효과로 자동차도 4포인트 상승한 66을 기록했다.
비제조업도 3포인트 오른 77이었다. 폭염 완화와 해외 건설수주 회복 기대감에 건설업이 10포인트 급등한 76을, 차 개소세 인하와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에 도소매업이 6포인트 상승한 77을 보였다. 9~10월 국제적 성수기를 맞아 외항화물 물동량 증가가 기대되면서 운수창고업이 10포인트 급상승한 86을 나타냈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부진(각각 20.9%, 17.1% 비중)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인력난·인건비 상승은 제조업(-1.1%포인트)과 비제조업(-0.7%포인트) 모두 하락해 각각 13.1%와 13.7%였다.
권처윤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실적과 전망이 엇갈리는 모습으로 변화의 움직임이 보였다”고 말했다.
소비자심리(CSI)와 기업심리(B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달보다 1.2포인트 오른 94.3을 기록해 석달만에 반등했다. 다만 ESI에서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0.6포인트 떨어진 94.9에 그쳤다. 이는 2016년 12월(94.9) 이후 1년8개월만에 최저치다. 또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한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3274개였다. 조사기간은 14일부터 22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