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이달 19일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치면서 강남·강북균형발전을 위해 비강남권 도시철도 사업을 2022년 이전에 조기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강북에 우선 투자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달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밝힌 지 한 달여만이다.
박 시장이 구상한 ‘비강남플랜’의 경전철 구간은 △면목선(청량리~신내동)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동~방학역) △난곡선(보라매공원~난향동) △목동선(신월동~당산역)이다. 그는 “수십 년간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결단과 투자,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 없이는 과거와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강북 우선 투자라는 패러다임 대전환을 통해 내실 있는 변화,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이 보류로 전환된 것은 개발 호재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을 띤 영향이 컸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의 상승률은 7월 23일부터 이달 20일까지 0.23→0.28→0.29→0.28→0.51%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용산구 역시 같은 기간 0.26→0.27→0.29→0.29→0.45%로 올랐다.
경전철 도입으로 △동대문구(청량리)·중랑구(신내동) △강북구(우이동)·도봉구(방학역) △동작구(보라매공원)·관악구(난향동) △양천구(신월동)·영등포구(당산역)에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이 가운데 동작구는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한국감정원, 이달 20일 기준)이 0.8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영등포·양천구도 0.5% 이상 올랐다. 박 시장의 비강남권개발 계획도 부동산 시장에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강남권 개발 계획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경우 역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강남권 개발은 보류는 안되겠지만 개발 속도가 더딜 수 있다”며 “공공투자 타당성 검토를 받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불명확하고, 유지관리비를 서울시 재정으로 써야 하는 데 특정 지역의 자금 사용에 대한 시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 계획 모두 전면 재검토할 수도 있다”며 “요새 돈이 갈 곳이 없는데 여의도·용산에 투자하려던 자금이 비강남권으로 쏠리면 해당 시장에 과열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 경우 전면 재검토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강남권이 여의도, 용산만큼 과열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여의도, 용산 이외에 나머지 사업은 그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가격이 많이 오르려면 외부 수요가 유입돼야 하는데 비강남권은 외지인 유입이 크지 않아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낮고 이에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