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잘 돌아가면 기촉법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정부가 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전삼현 <사진>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에 대해 ‘양날의 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가 어려울 경우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은 기업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법이 계속될 경우 경쟁력 없는 기업이 도태되지 않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 교수는 기업구조조정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기촉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최근 좀비기업이 평소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라지면 일자리 창출의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국가가 법을 통해 회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그렇기에 기촉법 부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기업구조조정이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달려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기촉법을 상시로 운영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전 교수는 “그간 기촉법은 정부 입김에 맞는 회사는 도와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지원하지 않았다”면서 “기촉법이 상시화할 경우 정부의 권한이 장기화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 교수는 금융위의 자의적인 판단을 견제하는 ‘전문가 집단’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 기촉법은 워크아웃 개시 결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다”며 “재량의 여지를 줄이는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 집단을 꾸려서 그들에게 물어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법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워크아웃을 개시하기 전, 전문가가 1차 안을 제시하는 견제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결국 기촉법은 사라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좀비기업이) 치유되는 것이 좋다”면서 “정부 주도로 이뤄진 산업화 과정에서 여전히 정부 신호로 운영되다 보니 역작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정부가 주도하던 것들을 없애면 문제”라면서 “생존이 가능하고 기술력도 있는 기업은 살리고 3년 정도 이 상황을 보고 경제가 정상궤도로 돌아가면 그때는 효력이 발휘 안 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