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러시아 극동-극서 잇는 횡단철도 운영… 북방 물류사업 ‘박차’

입력 2018-08-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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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가 북방물류 사업을 본격화한다. 국내 최초로 러시아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극서지역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14일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약 1만㎞를 잇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Trans Siberia Railway)를 주 1회 급행 화물열차(블록 트레인‧Block Train)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간 이 구간에 여러 기착지를 거치는 TSR 완행 물류는 있었지만, 블록트레인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현대글로비스가 처음이다.

이번 현대글로비스 북방물류 사업은 TSR의 동쪽 끝 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서쪽 끝 종착점인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총 운행구간을 멈추지 않고 급행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중간 기착지가 없어 물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인도양~수에즈 운하~지중해의 남방항로를 이용하는 해상 운송 대비 물류 거리와 시간을 절반 가량 단축할 수 있어서다.

현대글로비스는 장시간이 걸리는 해상 운송과는 별도로 철로를 이용한 정기적인 급행 물류 경로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수출입 기업들이 TSR 정기 블록트레인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14일 오전(현지시간) 초도 물량으로 수주한 러시아 현대차 공장(HMMR) 공급용 자동차 반조립 부품(KD) 64 FEU(1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화물열차에 실어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출발시켰다. 화물열차는 12일 후인 26일 약 9600㎞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의 슈샤리역에 도착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사업이 해당 구간에서 국내 최초로 운영되는 TSR 정기 블록트레인 방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트레인이란 기착지 없이 화물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급행으로 연결한 전용 열차 시스템이다. 화물을 한 번에 실어 목적지까지 직송해 물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

기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TSR 화물 운송은 비정기적인 싱글트레인(Single Train)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거나, 블록트레인이라 할지라도 러시아 내륙인 모스크바를 최종 도착지로 하는 방식이 대다수였다.

싱글트레인이란 복수의 기착지와 터미널을 거치며 운행하는 방식이다. 블록트레인보다 화물 운송 기간이 긴 데다, 목적지까지 충분한 화물이 확보돼야 열차가 출발해 정시성이 떨어진다.

이번 TSR 사업의 최종 도착지인 슈샤리역이 컨테이너선 터미널과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이라 발트해~북해를 활용한 서유럽 근해 해상 운송 연계가 쉽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관문이자 육상 및 해상 교통 요지로 러시아 제1의 무역항이 위치해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TSR 사업의 초도 물량으로 수주한 화물은 국내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으로 납품하는 자동차 생산 부품이다. 엑셀 페달, 램프, 에어 덕트, 휠 커버 등 약 90여 개 품목으로 러시아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현지 차종 솔라리스, 크레타 등에 사용된다.

이를 위해 현대글로비스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선적한 화물을 약 970㎞ 거리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우선 해상 운송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TSR에 환적하고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FESCO)의 철도 서비스를 이용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운송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운송 기간은 부산항~블라디보스토크항 2일, 블라디보스토크 하역·통관 및 환적 8일, 블라디보스토크역~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슈샤리역 12일이 걸려 총 22일이 소요된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상 운송을 이용하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약 2만 2000㎞의 해상 운송 거리와 43일의 운송 기간이 소요됐다. 이번에 현대글로비스가 추진하는 TSR 물류는 해상 운송 대비 운송 거리와 기간 모두 절반 가량 단축된다.

(자료제공=현대글로비스)
(자료제공=현대글로비스)

앞으로 현대글로비스는 주 1회 TSR 정기 블록트레인 프로그램을 가진 유일한 한국 물류기업임을 화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지 영업을 강화하고, TSR 물량을 늘려 유럽 내에서 글로벌 물류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진다는 포부다.

현대글로비스는 성공적인 TSR 물류 사업 안정화를 이룬 뒤, 장기적으로는 ‘유라시아 철도 물류’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남북한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중국-유럽의 철도가 하나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철(鐵)의 실크로드’가 개척될 수 있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TSR과 중국 동부~카자흐스탄~러시아로 이어지는 중국 횡단철도(TCR, Trans China Railway) 연계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중국 철도를 연계해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대륙 철도망을 하나로 활용해 물류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2015년 인수한 유럽 물류기업 ‘아담폴’의 인프라를 활용한 유라시아 철도 물류사업을 구상 중이다. 아담폴은 폴란드 동부 국경지대인 말라쉐비체에 물류 기지와 컨테이너 야드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TSR과 TCR 간의 물류 허브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다.

현대글로비스는 아담폴이 유럽의 물류 관문으로 불리는 폴란드에 이미 ‘광궤’와 ‘표준궤’ 환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북방물류 사업 확대에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TSR(광궤)과 TCR(표준궤)은 철도 레일 간격인 궤간이 달라 두 철도망을 연계 활용하려면 각각의 열차에 실린 화물을 환적하는 것이 필수다. 궤 차이로 인해 TSR과 TCR 간 단절될 수 있는 물류 네트워크를 아담폴 물류기지의 환적 시스템을 활용해 유라시아 물류 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터키 등 유럽 곳곳에 포진한 현대글로비스 해외법인·지사·사무소 등의 물류 거점을 활용한 영업력도 유라시아 철도 물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3년 한국 국적선사 최초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화물 운송에 성공하며 북방물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현대글로비스는 TSR 물류 운송 및 유라시아 철도 물류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우리나라 북방물류의 선두주자로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발차 기념행사를 갖고 성공적인 사업을 기원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사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석배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러시아 연해주 부지사, 게르만 마슬로프 페스코 운영총괄임원 등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현대글로비스가 갖고 있는 선진 물류 기법을 TSR 물류 루트에 적용, 수출입 기업들에게 한 차원 높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유럽 현지 영업을 더욱 강화하고 신규 고객사 발굴에 나서 TSR 운송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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