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료기기, ‘규제 가시’ 뽑고 날개 다나

입력 2018-08-14 09:51 수정 2018-08-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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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에 따라 삼성 의료기기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 양축으로 의료기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14일 의료기기 산업계 및 청와대, 정부, 국회 등을 종합하면 정부는 의료기기 분야를 포함한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는 체외진단기기 허용 간소화를 필두로, 의료기기 산업육성, 원격의료 허용 등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HIP)를 방문해 혁신성장 확산을 위해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개인정보에 관한 규제와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 관련 규제를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정부부터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원격의료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다양한 기업들이 원격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연 돋보이는 기업은 삼성이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GE, 지멘스, 필립스 등 해외 기업들이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 해외 기업의 틈바구니에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사업을 유지해나가고 있으며, 삼성이 그나마 공격적인 마케팅과 투자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언급한 원격의료는 고령화 및 첨단의료 시대를 맞아 줄기차게 규제 완화 목소리가 이어졌던 분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인도 등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된 ‘삼성 헬스’ 앱을 이용해 의사와 화상으로 진료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병원에서 촬영한 엑스레이나 피검사 결과를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원격의료를 해주는 의사에게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원격의료 규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 규제가 완화되면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메디슨에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진단기기 사업을, 삼성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기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은 2015년 12월부터 삼성메디슨의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전 사장 체제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은 조금씩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서울 대치동에 있던 삼성메디슨 사옥을 매각하고 판교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공동 연구개발(R&D)이 활발해졌다. 작년에는 두 회사가 공동으로 프리미엄 초음파 기기를 출시하기도 했다.

실적도 성장세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3026억 원, 영업이익은 65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16년보다 16% 성장했고 손익은 311억 원가량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의 180조 원 투자 계획 발표 이후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지만, 삼성이 관심을 가지고 길게 보는 분야다”라며 “삼성이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G를 중심으로 원격의료 사업도 가능해지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 분야에서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전장부품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히며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이라고 표현했다"며 "잘할 수 있는 산업 위에 도전하는 사업을 올려 리스크를 줄이고, 최대의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때부터 의료와 바이오, 헬스케어를 신수종 사업으로 지목하고, 관련 투자 확대와 사업화에 주력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수년 전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현재 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현재 많은 국가가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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