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현재 파키스탄의 경제를 “재앙이 닥치기 직전”이라고 표현한다. 지난달 20일 기준 파키스탄의 외환보유액은 90억 달러(약 10조1268억 원)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개월 치 수입대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180억 달러를 넘어섰고 재정적자는 2조5000억 파키스탄 루피(약 22조7750억 원)에 달한다.
IMF 구제금융은 파키스탄에 낯선 일이 아니다. 파키스탄은 지난 30년 중 22년을 IMF의 지원을 받으며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IMF가 파키스탄의 역량을 떨어뜨리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나딤 울 하크 전 파키스탄 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은 “IMF가 파키스탄에 악순환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IMF의 지원금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행해 더 많은 부채와 비효율을 창출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또 다른 IMF 지원금으로 수습했다는 것이다. 이는 파키스탄 경제의 자급력을 강화하겠다는 칸 신임 총리의 공약과 반대되는 일이다.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해도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차관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위험도 있다. 지난달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파키스탄에 IMF의 지원금을 제공하면 결국 그 돈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간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국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도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파키스탄은 이미 중국과 620억 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하며 막대한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 지난달에도 중국으로부터 10억 달러를 빌리는 등 올해 회계연도에 파키스탄이 받은 대출은 이미 50억 달러를 넘어서기 일보 직전이다.
일대일로 사업이 참여국의 ‘부채 함정’이라는 경고는 파키스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스리랑카는 11억 달러의 빚을 탕감받는 조건으로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99년 동안 중국 국유기업에 넘기며 안보 위협 논란에 시달렸다. 마크 소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고문은 “파키스탄 정부의 대출은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8일 성명을 내고 “중국과 파키스탄 간 사업은 장기 특혜 대출 등으로 구성돼있어 단기에 갚지 않아도 된다”며 부채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우자이르 유누스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 남아시아 담당자는 “강력한 개혁 없이는 파키스탄 경제가 외국 대출에 중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외채 의존 정책에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