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 유일한 블루오션으로 통하던 헬스앤뷰티(H&B)스토어 시장에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세포라까지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H&B 시장의 포화를 앞당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에는 시장 선두주자인 올리브영이 공격적 출점 대신 내실을 다지기로 해 이러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후유증 이후 실적 개선을 위해 H&B 스토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뷰티 로드숍 ‘아리따움’에서 자사 브랜드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정책에서 타사 브랜드 제품 판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 이어 올 하반기에 아리따움의 대대적 리뉴얼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하반기 중 오픈 예정인 ‘아리따움 강남 메가샵(가칭)’을 시작으로 기존의 로드숍이나 H&B스토어와는 차별화한 뷰티 전문 멀티 브랜드숍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명칭은 다르지만 멀티 브랜드숍이라는 측면에서 H&B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도 내년 3분기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다. 세포라는 최근 글로벌 구인·구직 사이트 링크드인에 “세포라코리아가 2019년 3분기에 오픈한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한국 지사 인사 관리자의 채용을 공고했다. 뷰티업계에선 수년 전부터 세포라의 한국 진출이 거론됐지만 본사가 인력 공고를 통해 기정사실화한 것은 처음이다. 세포라는 프랑스 명품 그룹인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 계열사로 33개국 2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뷰티 유통업계의 국내 H&B 시장 진출은 시장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H&B 시장 규모는 1조7170억 원으로 전년 대비(1조3400억 원) 30%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2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성장률로만 보면 연평균 15% 성장을 기록하는 편의점을 뛰어넘는다. 이 같은 시장 성장세에 매장 수도 확대돼 H&B스토어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350개로 최근 3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20%를 넘었다.
문제는 많은 상품을 취급해야 하는 업태 특성상 매장 규모가 큰 데다 주요 핵심 상권에 입점해 임대료가 높고,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도 커지면서 출점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H&B 시장이 포화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업계 1위 올리브영은 5년 사이 매장 수가 417개에서 1050개로 늘었지만 최근 분기별 직영점 출점 수는 50개 수준에서 올해 1분기 30개로 줄었다. 특히 가맹점의 경우 그간 분기별로 20개 안팎씩 늘렸으나 올해 1분기에는 출점 수가 0개다. 게다가 작년 연 4억 원 수준이던 점포당 매출이 올해 3억 원대 중반으로 떨어지는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도 다소 나빠졌다. 이에 올리브영은 상권별 맞춤형 전략으로 각 매장의 매출을 늘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H&B 후발주자인 랄라블라(GS리테일)와 롭스(롯데)는 매장 확대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랄라블라는 올해까지 300여 개로 매장을 확대해 외형적 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을 발표했지만 간판 변경 등 내부 정비에 힘을 쏟느라 올 상반기 매장 4개 추가에 그치면서 매장 수 190개에 머물렀다. 롭스 역시 2위 탈환을 위해 올해 점포 50개 추가, 매출 50% 성장을 목표로 삼았지만 점포 증가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롭스는 롯데슈퍼와 결합한 ‘롯데슈퍼 with 롭스’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유형의 매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밖에 이마트의 부츠가 신촌에 14호점을, 신세계의 시코르는 용산 아이파크몰에 13호점을 내는 등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