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읽는 사고’에는 저자의 철학, 일하는 방법과 태도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간중간 건져낼 만한 의미 있는 문장들이 풍성한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또 디자인 분야, 상품 브랜드 기획, 기획 전시 경험담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접할 수 있다.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일본 사회의 탄탄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독자적 철학을 갖고 매진하는 전문가들의 기백을 곳곳에서 체험할 수 있으며, 이런 경험담이 독자에게 큰 힘을 줄 것이다.
사토는 “나는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그림 그리는 방식을 즉시 바꾸어 버린다”며 “따라서 다음 작품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린다. 기법에 얽매이는 것 없이 태연하게 말이다”라고 서술한다. 사토의 살아가는 방식이자 일하는 방식이다. “자기 표현에 대한 집착이 전혀 없다”는 그의 고백은 그가 깨우친 방식이지만 이 시대를 사는 직업인에게 던지는 화두는 묵직하다. 당신이 익숙한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도전이다.
기업의 신상품 출시는 기존의 것들을 바꾸고 리스크를 안고 행하는 도전이다. 신상품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뭐, 이런 느낌이면 되지 않을까?’가 아니라 ‘반드시 이런 느낌이어야 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정도에서 그쳤다면 작가의 말에 동감한다는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을 것이다. 작가는 “모든 일을 그렇게 처리해야 한다”는 짧은 문장을 더한다. 일가를 이룬 인물의 성공 비결을 확인할 수 있는 짧고 단호한 문장을 독자들은 놓쳐선 안 된다.
그의 경력에 영광을 가져다준 것은 닛카위스키 퓨어몰트 상품 디자인이다. 상품을 철저하게 파헤쳐 획기적인 기획을 내놓아 직업인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상품을 만들려면 기성세대의 고루한 가치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을 부여하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은 일단 해야 하는 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
한편 소성(부드러움의 한 가지 형태)적 사고는 그의 인생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사람들은 일관되게 살아가는 삶, 즉 외부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을 회복하는 탄성적 사고를 좋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는 무엇을 생각하건 이미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존재하므로 ‘자신’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그때마다 주어진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자신의 기호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그의 주장에 현명한 세상 사는 법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 늘 아이디어를 구하는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이디어는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떠오른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논의를 거듭한다고 떠오르는 게 아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은 책은 자화자찬으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찬찬히 읽다 보면 자신의 삶과 작업 방식을 재평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