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인간관계에 관한 한 개입이 비교적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개인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탓에 남의 일과 자기 일에 대한 구분이 모호한 점이 큰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인간관계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데, 이때도 개입에 익숙한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일은 어렵다.
저자는 인간관계의 해결책을 타인이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에서 찾으라고 조언한다. 이처럼 명료한 인간관계의 원칙이 불필요한 갈등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는 데 익숙지 못해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가 말하려는 요지는 7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소제목 몇 가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 △가족과 연인관계 조금 멀리 선을 그어도 괜찮아 △친구 관계 선을 넘어오지 않도록 △직장 내 인간관계 2개의 선을 그리자 등이다.
선을 잘 그을 수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남 중심 선택’으로부터 ‘나 중심 선택’으로 삶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나 중심 선택’은 나만의 가치관으로 이루어진 단단한 생각 기둥을 갖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혹은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상당 수준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선택이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완벽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자신과 타인 사이에 선을 분명히 긋는 일을 행하지 않으면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있다면 저자의 직장 내 선긋기에 대한 견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상사의 잘못된 생각을 고치겠다거나 그를 변화시키겠다는 욕심을 버리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와 나 사이에 거리를 얼마나 둘지, 어떻게 선을 그을지 결정하는 것뿐임을 명심하세요.” 그렇다면 고압적 상사와의 사이에 어떻게 선을 긋는 것이 좋을까. “하나는 사회적 가면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인 선(상사는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고 느낄 거예요), 다른 하나는 심리적인 선(내 마음 속에서 상사는 남보다 못한 존재죠)입니다.”
선긋기에 익숙한 사람은 자신이 개입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스스로 정하는 데 익숙하다. 어느 정도 타인의 일에 무덤덤하게 대하는 것이 좋은데, 유독 그런 원칙에 아랑곳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특히 가족 사이에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부모나 형제의 개입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대화나 편지로 불개입의 중요성이나 타당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다 개입에 대한 최소한의 선을 긋고 이를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인간관계를 원활히 하는 데 어느 곳에서나 통할 왕도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긋기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하려는 노력만으로도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선긋기’라는 매력적인 제목이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