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콘텐츠 접목’ 속도내는 정용진ㆍ이재현

이마트, 가전매장 캐릭터로 한국형 히어로 영화 제작…CJ는 한류 확산 통해 세계적 생활문화기업 첫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통 영역과 문화 콘텐츠의 접목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한류 전도사로 앞장서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함께 범삼성가 사촌형제의 문화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유통·소비재 산업에 접목함으로써 한계 상황에 처한 국내 시장에서 생존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문가전매장 일렉트로마트의 간판 캐릭터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국형 히어로 영화 제작 투자에 나선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자본금 1000만 원 규모로 영화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인 ‘일렉트로맨 문화산업 전문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일렉트로맨 문화산업 전문회사는 유치, 제작, 배급 등 영화와 관련한 전반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영화 개봉이 완료하면 청산된다. 이마트는 이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며 외부 투자자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개봉은 2020년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마트는 또 숨어 있는 뮤지션을 발굴하고자 ‘천재 딴따라 발굴 프로젝트’라는 뮤직 챌린지를 진행하며 자사 디지털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갈 1인 미디어인 ‘크리이마터’도 선발한다.

이마트가 이처럼 유통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것은 콘텐츠 개발을 통해 고객에게 꿈 같은 기억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즉,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 창조를 통해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하고 상품, 점포, 브랜드 등 모든 콘텐츠를 다양한 스토리로 연결해 고객의 요구에 맞춰 재편집함으로써 고객과의 공감을 통해 고객이 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시도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통해 ‘세상에 없는 일류 기업’이 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기존 상품을 파는 매장 운영이 유통업이었다면 미래의 유통업은 상품 판매만이 아니라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체험, 문화를 제공하는 업태로 차별화한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가 있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유통과 문화 콘텐츠 접목에서는 정 부회장과 사촌 간인 이재현 회장이 한발 앞서 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을 한류 콘텐츠라는 테마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 회장은 기존 CJ E&M의 탄탄한 문화 콘텐츠를 CJ오쇼핑에 접목함으로써 경쟁자가 추격 의지를 상실할 정도로 ‘초격차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이 되는 것이 이 회장의 포부다.

이 회장의 포부를 현실로 만들 CJ ENM은 국내 최초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을 목표로 1일 공식 출범했다. CJ ENM은 CJ오쇼핑이 보유한 1000만 명의 구매 고객과 CJ E&M이 보유한 5000만 명의 시청자, 그리고 2억 명의 디지털 팔로워와 통합법인의 국내외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콘텐츠와 차별화한 커머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CJ ENM은 궁극적으로 월트디즈니, 타임워너 등과 같은 세계적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과의 경쟁이 최종 목표다. CJ ENM은 올해 6조5000억 원, 3년 뒤인 2021년에는 75% 성장한 11조4000억 원 규모의 외형을 갖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만들어진 융복합 신사업을 통한 매출은 2021년까지 연 1조4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