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으로 시달리는 일본 가정에서 앞으로는 정전 걱정 없이 마음껏 에어컨을 틀 수 있는 시대가 온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주택이 많은 일본에서 가정용 축전지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낮에 생산했던 잉여전력을 축전지에 보관했다가 밤에 에어컨 가동 등으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정용 축전지는 2016년 3만9000대 정도 팔렸다. 이후 판매량은 연평균 35% 속도로 늘어나 오는 2024년에는 연간 약 42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전자는 2014년 7월 클라우드 통신 기능을 갖춘 축전지를 내놨는데 최근 1~2년 새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 7000대가 팔렸는데 이는 2016년도 판매량보다 1.5배 증가한 것이다. 또 이토추상사는 올해 안에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해 자동으로 날씨와 시간을 분석해 전력을 저장·방출하는 축전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축전지를 구매하는 주된 이유는 재해나 정전 시 비상 전원으로 쓰거나 값이 싼 심야 전력과 태양광 잉여전력을 모았다가 전기요금 피크시간대인 낮과 저녁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특히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과 2016년 4월 구마모토 지진 등 대형 지진이 잇따르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은 비상 전력을 모으게끔 하는 이유가 됐다.
최근 들어 특히 판매가 급증한 이유는 또 있다. 잉여전력을 판매해서 얻던 수익이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대비해 2000년대 초반부터 가정에서도 태양광 전력 생산을 하도록 장려했다. 주택용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사람이 전력회사에 자가 사용량 초과분을 2009년부터 10년간 고정 가격에 판매할 수 있도록 잉여전력매입제도(FIT)를 도입했다. 이후 일본 전역에 태양광 10킬로와트(㎾) 이하 소형설비가 362만㎾ 설치됐고 이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그런데 이 FIT는 계약 기간이 10년이라 내년부터 기간이 만료되는 가구가 생긴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FIT 기간이 끝나는 가구는 2019년 말 56만 가구, 2023년 160만 가구이며 이로 인해 매년 약 7000메가와트(㎿) 설비용량 규모의 잉여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간만료 가구는 전력회사에 전력을 공짜로 제공하거나 스스로 매입자를 찾아 계약하거나 축전지를 사 잉여전력을 자가사용하는 방안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매입자를 찾더라도 재생에너지 매입가가 급락해 이윤이 크지 않다. 따라서 싸게 팔거나 혹은 팔지 못할 거라면 저장했다가 자가사용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잉여전력 매입가가 떨어지는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에 드는 비용과 축전기의 가격도 동반 하락하고 있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