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은 다른 대형 조선사와는 달리 구조조정 작업이 순항 중인 것은 필리핀 수빅조선소로 주력 생산기지를 이전해 ‘고임금’ 노조 리스크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현지 인력 고용으로 타사에 비해 노조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한진중공업은 자구계획 이행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한진중공업은 2006년 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을 시작했다. 꾸준히 높아지는 국내 근로자들의 인건비도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 조선시장의 대세가 ‘대형선’으로 떠오르면서 부지가 협소한 영도조선소 대신 대형선 건조에 적합한 수빅조선소를 새 대안으로 낙점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로 ‘생산 이원화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는 대형 상선을 건조하고, 영도조선소에는 특수선 등 소형 선박을 주로 건조하면서 선박 규모에 따른 역할을 적절하게 나눴다. 최근 수빅조선소에서는 2만TEU 이상급 상선 인도에 성공해 대형선 건조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회사는 수빅조선소 건설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 성공했다. 필리핀 현지 노동자의 경우 인건비가 국내 노동자의 10분의1 수준이다. 동일 직무에 종사하는 국내 근로자가 100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면 현지 근로자는 10만 원의 임금을 받는 셈이다. 현재 수빅조선소에는 1만5000여 명의 필리핀 현지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현지 인력 투입으로 국내와 다르게 파업 리스크도 줄였다.
노조 리스크를 줄인 한진중공업은 자구계획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는 2016년 1월부터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바 있다. 한진중공업은 부지 등 자산매각을 진행하며 현재 자구계획의 약 70%를 달성했다. 올해 안에 자율협약을 졸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진중공업은 자구계획 일환으로 수빅조선소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투자자문사로 선정하고 복수의 필리핀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다만,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지분 매각과 관계 없이 경영권은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유치 중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해당 (인수) 업체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자산매각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동서울터미널 부지와 인천 율도 부지 매각 등이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