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 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개발의 윤곽을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 시장이 재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현장에선 매도인들이 관망세로 정체돼 있던 매물을 몸값을 높여 팔거나 기대 심리로 거둬들이는 흐름이다.
20일 여의도와 용산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이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와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를 지하화하겠다” 등 발언한 것이 알려지며 이 지역 일대에 매물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의도는 이 발언이 있었던 직후 스무건 이상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여의도는 매물이 원래 적어 거래 자체가 잘 없는데 10일에 박원순 시장의 발언이 나온 후로 아파트와 주상복합을 합쳐 거래가 스무건 이상 있었다”며 “대체로 박 시장 발언 이전 시세와 비교해 1억 원 내외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아직 신고되진 않았지만 계약이 이뤄진 것들을 보면 미성아파트 전용 91㎡가 11억5000만 원에 거래돼 이전 4월에 팔린 것보다 1억 원 이상 웃돈이 붙었다. 삼부도 전용 77㎡가 5월 12억 원에 거래된 것이 최근 12억8000만 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호가는 박 시장 발언 이후 전반적으로 2억 원 이상 올라가 있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용산도 박 시장 발언 이후 거래가 이뤄지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매수할 집이 없는 상태다.
신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박 시장이 용산 개발을 강조하면서 나와 있던 4개 매물이 3개는 팔리고 1개는 들어갔다”며 “특히 들어간 매물의 경우 기존에 나와 있던 가격보다 1000만 원은 비싸게 팔 수 있었지만 성사 직전 박 시장 발표가 나오면서 계약을 못 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따르면 여의도와 달리 용산 마스터플랜은 내용이 이미 알려진 상태였다. 다만 실제 추진할지에 대해 긴가민가하던 수요층이 박 시장의 발언을 계기로 확신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여의도와 용산의 움직임은 통계 수치로도 관측된다. 한국감정원이 16일 기준으로 조사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영등포구는 0.24%, 용산구는 0.20% 오르며 전주보다 각각 0.1%p, 0.08%p 상승 폭이 확대됐다.
시장은 들썩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하며 초고층 건물을 세운다는 계획이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의도를 종상향 등으로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확 푼다면 강남 등 35층 제한에 걸린 다른 지역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때문에 서울시가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는 소유자들을 상대로 그만큼의 기부채납을 요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앞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한강 르네상스’을 추진하며 여의도 통합 재건축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40%에 달하는 기부채납을 요구하자 일대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개발은 무산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