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LG의 지분을 추가 매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LG그룹의 지배구조는 견고한 편이지만 의결권 관련 제도가 전무한 점은 리스크로 지적됐다.
17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LG그룹 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LG에 대한 구 회장의 적은 지분(6.24%)은 향후 지배구조 추가 변화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분 확대와 더불어 구본준 부회장이 주도하는 계열분리 등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를 기준으로 LG그룹의 내부지분율은 9.83%다. 내부지분율은 총수 일가와 임원, 계열사 등이 보유한 지분의 합계다.
국내 10대 그룹의 평균 내부지분율이 54.43%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주회사인 LG가 LG전자의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계열사의 최대주주로, LG 지분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다.
연구소는 지난해 11월 LG상사의 최대주주가 기존 구본준 부회장에서 ㈜LG로 변경된 점에 주목했다. ㈜LG가 그간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던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구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예고한 셈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구 회장이 LG상사의 자회사인 판토스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LG에 대한 추가 지분 매입과 함께 내부지분율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 부회장 주도의 계열분리가 단기간 내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구 회장은 타계한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 11.28%를 상속하기 위한 상속세 9300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급격하게 계열분리가 가능할 수 있을 만큼 지분정리가 명확하지 않은 점과 구 회장이 1978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어 구 부회장의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배경으로 제시했다.
지배구조는 안정적이지만 수직계열화로 인한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점은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꼽았다. LG전자를 비롯해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실리콘웍스 등의 내부거래 규모는 LG그룹 전체 내부거래 규모의 47.8%를 차지한다.
비상장 계열사의 내부거래 규모도 약 5조 원 이상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LG가 지분 100%를 보유한 서브원의 경우 전체 매출액 중 70% 이상이 내부거래이고 지난해 말 기준 내부거래 금액은 4조2000억 원으로 LG전자(4조3000억 원)와 유사한 수준이다.
연구원은 막대한 내부거래 규모와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대해 내부거래 위원회 설치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의결권 행사 관련 제도 도입이 전혀 없는 점도 리스크로 지적했다. 연구소가 LG그룹 내 11개 상장 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등 의결권 행사 관련 제도가 도입된 계열사는 한 곳도 없었다.
26대 그룹의 계열사 1170개사 가운데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339곳(28.94%)에 달하고 서면투표제는 319곳(27.26%), 전자투표제는 39곳(3.33%)이었다. LG그룹은 70개 계열회사 중 비상장 계열사 21곳이 집중투표제를, 12곳이 서면투표제를 도입하고 있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향후 주주권익 개선 측면에서 상장 계열사의 의결권 행사 관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