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AI 비서 알렉사를 적용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를 출시한 2014년 이래 미국은 업계를 선도하는 동시에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했다. 최근에는 신흥 IT 대기업을 앞세운 중국이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고 CB인사이트가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주니퍼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올해 약 23억 달러(약 2조5858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카날리스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에서 1억 대가 넘는 스마트 스피커가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데 미국이 64%를, 중국이 그 뒤를 이어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미국의 비중이 73%, 중국이 3%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속한 변화다.
아마존과 구글이 전 세계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은 중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엄격한 규제뿐만 아니라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해서다. 미국 거대 IT기업 중 애플의 AI 비서 시리만이 중국어를 지원한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어가 복잡하고 방언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사이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중국 스마트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아마존 80%, 구글 19%, 기타 1%였으나 올해 1분기에는 아마존 28%, 구글 36%, 알리바바 12%, 샤오미 7%, 기타 17%로 급변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11일 광군제에 자사 스마트 스피커 티몰지니를 15달러에 판매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티몰지니는 지난해 7월 공식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100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알렉사와 유사한 AI 비서 알리지니를 사용하며 이용자는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음성으로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알리바바와 함께 ‘BAT’로 불리는 IT기업 바이두와 텐센트도 이 분야에 크게 투자하고 있다. 바이두는 스마트 스피커 관련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들은 인수하며 동남아시아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텐센트는 10억 명에 달하는 위챗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 중 하나인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스피커 외에도 스마트TV, 진공청소기, 램프 심지어 밥솥까지 다양한 가전제품을 판매한다. AI를 통해 이들을 통합할 수 있다는 게 샤오미의 경쟁력이다. 샤오미는 최근 직원 500명을 투입한 AI팀을 구성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시장에서 미국 업체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중국 기업들도 국경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향할 때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외국어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CB인사이트는 바이두가 일본 기업을 인수해 일본어 사용자의 대화 데이터를 획득했다면서 이와 같은 투자와 인수, 파트너십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