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2011년 북미에 선보인 일본 닛산의 콤팩트 크로스오버 ‘쥬크’였다. 동그란 전조등 위에, 즉 보닛 양옆에 방향지시등을 얹었다. 출시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모았고 도로 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첫 시도가 어색했을 뿐, 닛산의 독특한 디자인 성향을 고스란히 담아낸 쥬크는 단박에 트렌드 리더가 됐다.
2013년 미국 지프 체로키가 날카로운 눈매의 주간주행등을 전조등에서 분리해 냈다. 오프로더의 궁극점을 지향했던 지프 브랜드로서 이례적이었다. 이듬해에는 프랑스 감성이 가득한 시트로엥이 C4 칵투스를 선보이며 이런 유행에 합류했다.
새 디자인 트렌드는 전조등과 주간주행등을 분리했던 이전 방식을 유지하되 서로 위치만 바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광학기술의 발달을 앞세워 날렵해진 전조등을 장착하는 트렌드와 엄연히 출발점은 다르다. 그저 날렵한 램프가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SUV를 중심으로 전조등과 범퍼 높이를 낮추기 위한 노력은 오래 전 시작했다. 전조등의 눈부심을 떠나 혹시 모를 SUV와 승용차의 정면충돌 때 ‘비대칭 안전성’이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높고 우람한 SUV 앞 범퍼가 자칫 승용차 운전자에게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다. 결국 키 큰 SUV를 시작으로 분리형 전조등이 등장하면서 범퍼와 전조등 위치를 낮추고 있는 형국이다.
국산차에서는 현대차 코나가 처음이었다. 보닛 쪽에 날카로운 주간주행등을 심었고 그 아래에 동그란 전조등을 채워 넣었다. 이어 등장한 4세대 싼타페(TM) 역시 동일한 방식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코나 아랫급으로 등장할 미니 SUV 역시 이런 디자인 요소를 십분 반영할 예정이다. 코나와 싼타페가 이 시대 현대차 SUV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이런 디자인 변화가 어색하다는 시각도 많다. 다만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조만간 등장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역시 이런 모습의 분리형 전조등을 사용할 예정이다. 밑그림이 된 콘셉트카 GV80도 이런 모습이었다. 나아가 제네시스의 중심이 될 신형 G80 역시 크고 우람한 프론트 그릴을 강조하면서 전조등 사이즈를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