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재판부는 이날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45억 달러(약 5조265억 원)를 빼돌린 혐의로 나집 전 총리를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는 전날 나집 전 총리가 쿠알라룸푸르의 자택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나집 전 총리가 받는 혐의는 3건의 배임과 1건의 반부패법 위반이다. 이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로스마 만소르 전 총리 부인도 1MDB의 기금으로 수천만 달러의 다이아몬드를 구매했다는 의혹이 나왔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체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나집 전 총리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성명을 내고 “정치적 복수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총선 패배 이후 반부패기관에 출석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집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법정 앞에 모여 기소 반대 시위를 벌였다.
2009년 나집 총리는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1MDB를 설립했다. 그러나 2013년 선거자금 조달을 위해 1MDB의 기금을 사용한 데 이어 2014년 12월 1000만 달러를 개인 계좌로 송금받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돈을 빼돌렸다. 나집 총리 집권 당시에는 재판부와 MACC가 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아 3년간 이어진 미국, 싱가포르, 스위스 등 국제 공조에도 불구하고 조사가 지지부진했다. 2015년 6억8100만 달러를 개인 계좌로 송금했다는 혐의를 받자 나집 전 총리가 측근인 모하멧 아판디 알리를 검찰 총장으로 임명해 수사를 덮은 일도 있었다. WSJ은 당시 아판디 총장에게 1억 달러를 건넨 사실도 있다고 전했다.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5월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당선되며 급물살을 탔다. 총선 당시 마하티르 총리는 정계 복귀 이유를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집 전 총리에 대한 수사가 완료될 때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관련된 전직 공무원들의 출국 금지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