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따뜻한 금융] 금융의 사회적 책임…금융회사가 ‘기관’인 까닭

입력 2018-07-03 12:14 수정 2018-07-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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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bank)은 15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대인 강제 주거지역의 환전상들이 사용하던 ‘탁자(banco)’라는 이탈리아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지중해 연안에서는 상업적인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나 다양한 종류의 화폐가 유통되어 원활한 교역을 저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양문명이 기독교의 영향으로 고리대금업을 금기시하고 있어서 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유대인을 중심으로 대금업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금이 화폐의 역할을 하던 시기에는 가지고 다니기에 무겁고 안전하지 않은 금을 안전한 금고에 보관하고 보관증을 이용해 상거래를 하였다. 보관된 금을 활용하여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받고 금을 보관한 사람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나누어 주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예금 이자인 셈이다.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수행되게 하는 것을 돕기 위하여 시작된 금융은 자금의 결제 유통수단으로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신용을 창출하여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금융은 상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필요한 재원을 융통시키면서 경제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원동력이 되어 왔고 우리 경제의 윤활유와 같은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경제는 금융을 떠나서 생각해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에 정부는 금융업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여 감독하고, 금융회사가 운영상의 위기에 봉착하였을 때에는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살려 낸다. 그러기에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기업활동을 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금융이 발전하면서 자체의 이익에 집중하고 이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서로 경쟁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면서, 본래 금융이 가지고 있는 공적인 기능이 희석되고 실물 경제를 동반하지 않는 ‘금융만을 위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내고,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재원을 활용하여 산업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금융의 극단적인 상업화는 세계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위기상황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고, 급기야는 2008년 금융위기를 자초하여 세계 경제를 뒤흔들어 놓는 부정적인 역할도 하였다.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다. 사회는 기업이 사회에 대한 역할을 더욱더 충실히 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일반 기업보다 공적인 성격이 강한 경제주체이기에 보다 더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가계부채, 금융소외, 금융격차 등 많은 금융 관련 문제의 해결을 정부의 손에만 맡길 수는 없다. 금융기관의 협조 없이는 정부의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공적인 성격이 강한 금융회사는 이익을 내 좋은 일을 한다는 소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서, 금융의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에까지 사회적 책임의 목표를 확장시켜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가 기업의 경영목표와 활동에 내재돼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설정하여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금융시대에 걸맞은 사회적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방식의 대전환과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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