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수감 상태인 신동빈 회장의 부재에 따라 롯데가 고육책으로 올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5개 사업 분야별로 진행한다.
3일 롯데에 따르면 사장단 회의가 4일 식품, 5일 유통, 6일 화학, 11일 호텔·서비스, 12일 금융 등 계열사별로 진행될 계획이다. 기존의 사장단 회의는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신동빈 회장의 주도 아래 그룹 최고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이뤄졌다.
하지만 신 회장의 보석 신청 허용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등 총수 부재 상황이 길어지면서 이번 하반기 회의의 경우 사업 영역이 비슷한 계열사를 묶어 진행된다. 각 계열사 대표가 최근 실적을 보고하고 하반기와 중장기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초 롯데 측은 기존 사장단 회의를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CM)’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해 심도 있게 소통하고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앞서 4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을 이사로 선임하고, 신동빈 회장 및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해임해 달라고 낸 주주제안 안건이 6월 말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신 회장은 주총 참석을 이유로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사실상 이를 불허했다. 그럼에도 신 회장 부재로 치러진 주총 대결에서 싱겁게 신 회장 승리로 결론이 나면서 경영권 방어를 주요 이유로 내세운 보석 신청의 당위성도 상당 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이에 사장단 회의 개편은 신 회장의 부재 상태가 계속됨에 따라 사업 부문별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해 경영 측면에서라도 총수 공백 상황을 극복하려는 방편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도 속도를 낸다. 롯데의 정보기술(IT) 전문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은 지난달 중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데 이어 공모가 확정, 청약 등의 절차를 거쳐 이달 말 상장할 예정이다. 롯데정보통신의 상장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가 출범한 이후 첫 기업공개(IPO)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매출 6913억 원, 영업이익 327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 롯데지주가 롯데정보통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기업설명회(IR)도 열릴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는 계열사 흡수합병 등을 통해 유통, 식품, 금융 부문 51개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거듭났다. 그러나 나머지 화학, 건설 분야 계열사 등은 여전히 일본 주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이에 지분 구조상 일본 롯데가 중간지주회사인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여서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