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지난 7년간 벌여온 법적 분쟁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삼성전자와 애플이 제출한 소송자료를 인용해 양측이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양측이 내놓은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소송자료에 적시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것에 대해 5억39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애초 양측의 법적 분쟁이 시작된 2011년에 애플은 10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둥근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의 스마트폰 디자인, 액정화면 테두리, 애플리케이션 배열 등 세 가지 부분에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베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23억 달러의 매출과 10억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배상액 산정의 기준을 제품 전체가 아닌 부품 단위로 해석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그러나 법원은 삼성전자에 애플에 9억30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삼성전자는 법원의 판결을 일부 수용해 애플에 배상액 5억4800만 달러를 우선 지급했다. 여기에는 디자인 특허 침해 배상액 3억9000만 달러가 포함됐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1억4000만 달러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 다만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양측의 합의 조건이 공표되지 않아 실제로 배상금이 얼마나 더 지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 법원이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판결한 후 삼성전자는 배상액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상고했고 이를 대법원이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손해배상액을 다시 산정하기 위한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파울 베르그호프 미 특허 전문 변호사는 “양측은 다툼에 지쳤고 수억 달러에 이르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더 내고 싶지 않아 했다”며 “누가 먼저 화해의 신호를 보내고 전화를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달 배심원 평결 직후 “이번 분쟁은 돈 그 이상의 것이었다”며 “애플 직원들의 열성과 혁신을 지키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특허 침해 범위에 대해 삼성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에 반한다”면서 “모든 기업과 소비자를 위해 독창성과 공정한 경쟁을 지킬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더버지는 양측 모두 소송이 길어질수록 피로가 누적돼 피차 끝장을 보자는 의지가 사그라졌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