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의 전기차(EV)ㆍ배터리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국내 기업들에 표준 규격 심의 과정에서 ‘정회원’ 자격으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투표권을 행사할 권리가 주어지면서 중국 내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산자부 국가기술표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 제2차 세계무역기구 무역기술장벽(WTO TBT) 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해 중국 등 14개 당사국과 우리 기업의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29개 해외기술규제에 대한 해소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례회의로 산자부는 중국 시장 진출 시 주요 이슈인 EV와 배터리 관련 국가표준을 개발하는 중국표준화위원회에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사 모두 중국 업체와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하거나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려는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3사는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의 화이트리스트(추천 목록)에 오른 바 있다.
중국표준화위원회는 중국 국무원 직속 기관인 중국시장감독관리총국 산하 위원회로 중국의 강제인증(CCC) 등 국가 표준을 만드는 기관이다. CCC는 중국 내에서 생산ㆍ유통되는 모든 제품과 중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 및 부품에 대한 품질인증이다. 국내 업체들은 CCC 마크를 획득해야 중국으로의 상품 수출 및 제품 판매 등의 경영 활동이 가능하다.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배터리는 임의의 표준이 적용됐으나 최근 중국 정부는 이를 강제 인증으로 바꾸면서 표준규격 범위를 확장하고 내용을 업데이트하려고 나섰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국표준화위원회의 강제 인증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심의위원회 참여 신청 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은 참여 신청 여부와 관련해 득실을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가 표준규격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 국내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오히려 중국 정부와 기업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은 2016년 전기버스 보조금을 두고 자국이 주로 생산하는 인산철배터리만 보조금을 주고 국내가 생산하는 삼원계는 제외하는 등 자국에 유리하게 규정을 조정한 바 있다. 이에 이번 표준화 심의 단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부와 꾸준히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최신 사안에 대해서 업데이트하며 참여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에 발표된 내용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 중이나 참여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