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년 우정바이오 대표의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출사표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전도유망한 청년이던 천 대표가 1989년 신약개발 지원사업인 실험동물 시장에 뛰어들 때부터 구상했던 일이다. 우정바이오는 30여년간 쌓아온 신약개발의 기본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발판으로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4월 코스닥 상장, 2018년 4월 우정바이오로 사명 변경(옛 우정비에스씨) 등 일련의 움직임 역시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작업이었다고 천 대표는 고백했다.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는 2020년까지 경기도 동탄에 마련한 3,055㎡ 대지에 연건평 19,755㎡ 규모로 세워질 계획이며, 구체적인 투자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건물에는 질환모델(LMO : Living Modified Organisms) 동물과 환자유래 암조직 이종이식기술(Patient-Derived Xenograft, PDX) 마우스 등의 연구자원을 관리하는 시설과 고가의 이미징 장비 그리고 분석센타와 함께 로보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최첨단 실험동물실이 들어선다. 정밀의료 지원센터와 신물질 연구를 위한 개별 보안구역과 공동연구를 위한 열린 공간도 마련된다. 플랫폼 기술을 가진 바이오벤처와 대학 연구소를 위한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우정바이오는 충분한 시설과 신뢰성 높은 동물로 제한없이 전임상 시험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신약개발을 위한 최적 최상의 전임상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3D 세포 투명화 및 이미징 서비스, 제브라피쉬를 활용해 대량의 시험물질을 초고속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는 FAST(Functional Analysis for high-throughput Screening Technology)기술,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3D 인공조직 등 우정바이오의 기술과 장비도 투입된다.
천 대표는 "바이오신약개발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GLP시험 보다 빠르고 저렴한 non-GLP시험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보다 근접한 임상 데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질환모델동물과 실력있는 연구원 그리고 고가의 정밀한 분석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조기 예측(Early Prediction)하는 것은 신약개발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우정바이오는 관련 전문가들까지 확충해 기업들의 전임상 데이터를 최대한 빠르게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천 대표는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에서 대학, 대학병원, 제약회사, 바이오벤처들과 공존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정바이오가 지분 참여나 투자하는 형태로 물질을 갖고 있는 연구자나 바이오벤처들과 신약을 공동개발하는 사업모델을 추진한다. 신약개발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Strategic Partners)로서 CVC(Corporate Venture Capital)의 역할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전임상 분야이지만 임상시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특화된 기술을 가진 우정바이오이니 만큼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조기에 선별해 공동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천 대표는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가졌지만 자금이나 연구시설이 부족한 기업에 전략적 파트너가 돼 최대한 빠른 시간에 데이터를 구축하여 물질을 선별하고 개발하는 것을 같이 할 것"이라면서 "국내뿐 아니라 그동안 구축해온 해외 네트웍을 통해 중국 등 아시아 바이오벤처와도 협력하고 그들의 기술 구입과 판매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천 대표는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역동적으로 신약개발이 진행되는 자연발생적인 바이오생태계, 즉 국제적으로 손색 없는, 바이오밸리가 형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상호의존의 터전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경쟁해서 각각의 능력만큼 경제적인 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가 자리잡을 동탄 단지는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제약 등 국내 대형 제약사 신약개발 연구소와 대학병원, 바이오벤처들이 모인 판교와도 가까워 신약개발을 위한 국내 최고의 입지 조건이다.
천 대표는 마지막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를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 친화적인 민간 바이오클러스터를 통해서 기업이 원하는 연구를 one step의 절차를 거쳐 빠른 시간에 수행한다. 빠르고 정확하고 유연성이 확보된다면 신약개발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큰 문제가 아니다. 또한 관련 전문가들을 지속해서 충원해 최고의 드림팀을 만들 계획이다"라면서 "기업가로서가장 중요한 능력은 오랜 사업경험과 네트웍을 통한 통찰력이다. 국내외 산업 흐름을 보면서 지금이 민간 인프라를 구축할 적기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