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여부를 두고 한국필립모리스(PMI)를 필두로 BAT코리아 등 외국계 담배 제조업체가 정부 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를 잇달아 발표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자 국내 기업인 KT&G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PMI와 BAT가 정부와 심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 혹여나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PMI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조사결과 발표 이후 잇따라 반박 자료를 내며 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코스’ 임상시험 결과 인체에 대한 위해성 감소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PMI는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에서 성인 흡연자 9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연구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임상 결과 아이코스 전환자들은 모든 8가지 임상위험의 평가지표 변화가 금연자들과 같은 방향성을 나타냈으며, 이 중 5가지 평가지표는 계속 흡연한 사람들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
앞서 7일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온 유해성분이 일반 담배에 비해 평균 90% 적게 나온 것은 그동안 발표된 연구들과 일치한다”면서 “그러나 식약처는 이런 분석결과는 배제하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만큼 유해하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해 분석결과 중 ‘타르’ 수치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BAT 역시 11일 “식약처가 발표한 분석 결과가 BAT의 검증된 자체 연구결과와 부합한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식약처의 분석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 담배 대비 유해성분 배출량이 상당히 감소됐음에도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잠재적 유해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놀랍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반면 KT&G는 식약처 발표를 존중한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공기업이었던 KT&G가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KT&G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이다. 더군다나 담배 생산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데다 담뱃세 등 국가 정책과 연관돼 있는 만큼 가능한 한 정부와 갈등구도를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KT&G도 타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자체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실험을 진행해 식약처와 유사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PMI, BAT와 같이 대외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것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T&G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유해성 조사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며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