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들은 8~9일 이틀간 캐나다 퀘벡 주에서 회의를 열고 보호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9일 발표했다. 아울러 정상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도 배려해 관세 인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G7 정상회의는 취임 후 두 번째로, 각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추가 관세 발효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의 탈퇴를 결정한 미국이 다른 6개국과 어떻게 접점을 맞출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성명에서는 무역에 대해 “자유롭고 공정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무역과 투자가 성장과 고용의 주요 원동력”이라고 지적하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보호주의와의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는 표현도 담았다. 트럼프의 주장도 일부 반영해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명기했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해서도 “되도록 조기에 공정한 기관으로 근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규칙에 근거한 국제적인 무역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무역을 둘러싸고 각국의 견해차가 워낙 커 공동 성명 채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우세했다. 실제로, 무역에 관한 논의는 원래 회의 첫날인 8일에 끝낼 예정이었으나 이견이 커지면서 9일 오전까지 정상 간에 조정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7월에 보복 관세를 발동할 방침이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전쟁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지난해 6월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표명한 만큼 미국을 제외한 6개국끼리 온난화 대책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정상들은 싱가포르에서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뒷받침하기로 합의했다. 정상들은 성명에서 “완전한 비핵화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북미 정상회담 참석 차 G7 정상회의를 먼저 떠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트위터로 갑자기 “정상 선언을 승인하지 말도록 미국 대표단에 지시했다”며 “미국에서 넘쳐나는 자동차의 수입 관세를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폐막 후 의장국 수장으로서 성명을 발표한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7개국의 합의 내용”이라고 평했는데, 폐막 직후 트럼프가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은 트뤼도 총리가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발동은 모욕적”이라고 비판한 것이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트위터에 “트뤼도 총리는 G7 회의 내내 얌전하더니 내가 없어지니까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상 선언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물론 철강·알루미늄 뿐 아니라 주요 수입품 자동차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재차 지적했다.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각국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하나의 트위트에 의해 아주 많은 신뢰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며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유럽이 결속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트럼프의 판단이야말로 진정한 모욕”이라며 “미국의 태도에 끝까지 변화가 없었다. 기후변화대책도 미국만 고립됐다”고 주장했다. 르 몽드도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표명은 모든 기대를 배반하는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의 행동을 “개인적인 감정과 미국의 정책의 경계가 또다시 모호하게 됐다”며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의장국 캐나다 트뤼도 총리를 불성실하고 허약하다”라고 했는데, “동맹국 정상에 대해 적합하지 않은 말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G7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트럼프는 이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트위터로 무역을 놓고 설전을 벌여 이번 회의의 내홍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