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만 원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 정책이 자칫 고용 감소와 노동시장 내 임금질서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아직까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가 가시적이지 않지만, 올해와 같은 대폭 인상이 계속된다면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급증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단 판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적용 임근근로자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이 1월 32만명에서 4월 14만명으로 18만명 축소됐지만, 1월 취업자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인구 증가폭 축소, 제조업 구조조정 등을 고려하면 전체 고용 증가폭 축소분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1977~1981년 미국의 연구와 2000~2004년 헝가리의 사례에서 도출된 고용의 임금탄력성(각각 -0.015, -0.035)을 대입하면 우리나라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는 3만6000~8만4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4월까지 고용동향에서 나타난 고용 감소 효과는 하한선에도 못 미친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내년도 인상폭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달성하려면 향후 2년간 인상률을 1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 임금중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0.68까지 치솟는데, 이는 최저임금 추가 인상을 멈춘 프랑스(0.61%)보다 높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오를수록, 또 최저임금이 임금중위값에 가까워질수록 최저임금 적용 임금근로자가 늘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평준화한다. 이는 서비스업 단순도농 일자리의 감소, 저임금 노동자 임금 정체에 따른 지위상승 욕구 약화, 최저임금 근로자 대상 사회보험 기여금 지원 확대에 따른 재정 악화,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른 최저임금 미준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에서는 임금중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을수록 단순노동인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의 연간 취업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경력 10년차까지 임금 상승이 사라졌다. 또 임금중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프랑스보다 높은 터키는 최저임금 준수율이 50.1%에 불과했고, 칠레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비공식 부문이 35.8%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자리안정자금 연장을 통해 시장의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막대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원래 스케줄대로면 내년과 내후년에 15%씩 인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프랑스에서 임금중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60% 정도인데, 올해 15%를 인상하면 거의 그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만 돼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