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들이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CEO들이 기업문화 개선에 직접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투명하고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며 조직원 누구나 임원회의나 경영전략 설명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해 공감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는 지난달 28일 임직원 소통 강화를 위해 ‘빵’모자를 썼다. 내부 소통 강화 첫 프로젝트로 이른 아침 출근하는 임직원의 아침식사를 위해 ‘굿모닝 베이커리’를 운영하기로 한 것. 오픈 첫날 강 대표는 손수 만든 빵과 음료를 출근하는 임직원에게 나눠주었다. 서울 잠실 롯데슈퍼 본사 3층에 위치한 ‘굿모닝 베이커리’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상시 운영된다. 근무하는 임직원뿐만 아니라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파트너사의 직원들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내부 고객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른 아침 출근하면서 아침을 못 챙기는 직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베이커리 운영을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종종 직원들을 위한 빵을 굽고 이를 함께 나누면서 격의 없는 소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구성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하기 위한 해답을 ‘공감과 소통의 조직문화’에서 찾기로 하고 유관·협업 부서 간 서로의 업무에 대한 공감과 격의 없는 소통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래서 신 대표가 준비한 것이 임원진과 직원들의 소통 강화 프로그램인 ‘임스타그램(Imstagram)’이다. 주로 톱다운(상의하달) 방식으로 진행됐던 기존 간담회와 달리 격의 없는 수평적 소통 방식을 통해 임원과 직원 간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신 대표는 4월 남산둘레길 걷기를 직접 기획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또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 부문 대표는 수제 맥주에 대한 강의를 듣고 맥주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CJ제일제당은 매월 임원 3명을 선정해 30명 이상의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손은경 식품마케팅본부 상무가 커피 로스팅 클래스, 송수진 BIO전략기획담당 상무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물관 명품’ 해설투어를 각각 기획해 진행했다.
주기적으로 조직원과 직접 소통의 시간을 갖는 리더도 있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자신의 성을 딴 ‘임과 함께’라는 이름으로 한 달에 한 차례씩 테마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직원들을 초대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간담회를 연다. 일례로 ‘30대 여성 직원들과의 만남’, ‘점포에서 본사로 발령된 직원들과의 만남’, ‘수능 응시 자녀를 둔 직원들과의 만남’ 같은 식이다. 이 자리에서 회사 내의 여러 의사결정과 다양한 신사업을 공유하고, 신상품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윤운경 홈플러스 홈인테리어팀 바이어는 “편안하고 격식없는 대화가 좋았고 걸크러시한 매력을 가진 언니 같은 느낌이라 친근하게 다가왔다”며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답변하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열린 임원회의를 운영한다. 문이 굳게 닫힌 회의실이 아닌 ‘그린웨이 라운지’라 불리는 공간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임원뿐 아니라 사원들도 원하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최 대표는 효율성 있는 의사 전달과 더불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를 통해 활발한 의사 소통을 가능케 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시작했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CEO는 토크콘서트 형식의 ‘총괄 CEO와의 간담회’를 연 5차례 연다. 또 동호회, 신입사원, 워킹맘·워킹대디 등 다양한 조직원을 초대해 점심식사를 하며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워라밸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감 조직문화 구축과 내부 소통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며 “경영진이 직접 나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은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분위기 조성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