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이마트에 장을 보러 들른 직장인 강지은(27) 씨는 저녁에 간단히 마실 맥주를 구매하려다 로봇 쇼핑도우미 ‘페퍼’의 추천을 받아 과일 안주까지 샀다. 구매 계획이 있던 상품은 아니었지만 로봇 쇼핑 도우미의 추천을 보니 이 조합이 꽤 괜찮을 듯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페퍼의 카드 행사 안내로 더 알뜰한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기존 종이 전단의 경우에는 상품별로 안내가 되어 있어 내가 결제하려는 카드로 어떤 상품을 할인받을 수 있는지 알기 어렵지만, 페퍼는 카드별 행사 내용을 알려줘 실질적으로 내가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로봇이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면서 유통업계에도 로봇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활밀착형 로봇이 하나둘씩 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AI 기술을 접목한 로봇은 기본적으로 흥미 중심의 서비스로, 매출과 관계없는, 이른바 ‘컨시어지’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유통업계와 만난 AI 로봇은 매출에 도움을 주거나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까지 진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통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이색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면서 장기적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한 쇼핑·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서비스 로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돈 버는 로봇이 투입된 현장은 반응이 뜨겁다. 다날이 운영하는 달콤커피는 ‘24시간 멈추지 않는 심장’이란 이름의 로봇카페 비트(b;eat)를 10호점까지 운영 중이다. 달콤커피에 따르면 인천공항이나 롯데월드몰 등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몰의 경우 하루 300~400잔 이상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효진 달콤커피 팀장은 “대학가, 학원, 도서관, 금융권, 대형쇼핑몰을 비롯한 공항, 항만, 철도 등 공공장소에 설치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고객들이 상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달콤커피가 진출해 있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에도 로봇카페를 선보이는 등 스카트 카페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경우 실질적 쇼핑 도우미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김기남 이마트 미래기술팀 부장은 “단순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흥미 유발 단계에서 벗어나 매장 내의 실질적 쇼핑 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성수점에서는 31일까지 쇼핑 도우미 로봇 ‘페퍼’를 배치해 방문객들에게 환영 인사와 함께 쇼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200종이 넘는 맥주 가운데 고객이 선택한 맥주의 맛, 원산지는 물론 비슷한 맛의 맥주 및 곁들일 수 있는 안주까지 소개해준다. 또 위치 버튼을 누르면 매장 내 상품 진열 위치까지 설명하는 기능이 있다.
김 부장은 “아직은 로봇을 직접 체험한 고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신기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또 고객들이 로봇과 대화하고 함께 기념촬영 등을 하면서 즐거워한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고객들은 상품정보 안내 기능까지 어려움 없이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향후 로봇과 유통업의 접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아직은 유통업계에 등장한 로봇들이 고객들이 원하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보다 스마트한 고객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들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